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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화를, 극장을 사랑해…스필버그 ‘파벨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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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리뷰]

스티븐 스필버그 전기 영화 '파벨만스'
거장의 가장 순수한 사랑과 열망
시네마 향한 우아하고 열렬한 찬사

사랑은 예고없이 찾아와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예측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 이내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노예가 된다. 머릿속은 상대 생각으로 뒤엉키고, 함락당하고 붕괴되고 만다.


1952년 미국 뉴저지, 소년 새미(마테오 조리안 분)는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부모와 함께 도착한 극장, 어린 새미는 어두컴컴한 극장이 두렵기만 하다. 엄마 미치(미셸 윌리엄스 분)는 "영화는 잊히지 않는 꿈"이라며 새미의 손을 잡아끈다. 용기내 들어간 극장에서 영화 '지상 최대의 쇼'를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체엄한 영화에 빠져든다. 어쩔 도리가 없다. 스크린 속 기차가 자동차와 충돌하듯이 새미도 영화에 치이고 만다.

"영화를 사랑합니다"…거장의 고백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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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미의 머릿속에선 영화 속 기차 충돌 장면이 맴돈다. 끝없이 재생되는 장면에 잠 못 이루던 그는 기차 모형으로 장면을 재현하기로 한다. 엔지니어 아빠 버트(폴 다노 분)는 새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지만, 피아니스트였던 엄마 미치는 아들을 이해한다. 미치는 새미에게 기차가 충돌하는 순간을 8mm 필름 카메라로 녹화해서 반복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공포는 사라지고 기차는 부서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아빠의 카메라를 건넨다.


새미는 영화로 탄생하는 필름에 인쇄된 여러장의 사진들을 바라본다. 작은 8mm 필름을 돋보기에 비춰보면서 자르고 붙이며 나만의 영화를 만든다. 새미가 사진을 통해 영화의 본질을 깨닫다. 이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가리키는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76)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다. 스필버그는 영화 '죠스'(1976)로 북미 흥행 2억달러를 넘어서는 엄청난 흥행을 거두며 블록버스터 장르를 개척했다. 'E.T.'(1982) '인디아나 존스와 마궁의 사원'(1984) '쥬라기공원' '쉰들러 리스트'(1993)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A.I'(2001) '우주전쟁'(2005)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대표 거장으로 꼽힌다.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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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 감독은 8살 때 부친의 8mm 카메라로 필름 영화를 찍고 16세에 연출한 영화를 동네 극장에서 상영했다. 감독은 '파벨만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다.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서사나 성과를 비범하게 연출하지 않는다. 영화로 돈을 벌기 이전, 상업 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 전까지 순수하게 영화를 갈망하고 꿈꾸던 시절을 따라간다. 서투르고 애달프지만 사랑스럽고, 열정과 호기심으로 빛나던 유년 시절을 담담히 관조한다.


영화는 스필버그의 삶 그 자체이자, 전부다. 기쁨이고, 고통이자 행복이다. 작품은 그가 영화에 빠진 일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알게 한다. 부모에 관한 또렷한 기억과 가족에 대한 사랑도 엿보인다. 가족은 그를 지탱해준 존재이자 영화와 더불어 자신을 걷게 한 동력이다.


청소년기 마주한 시련을 그리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영화를 통해 마주한 정직한 감정들, 순간들이 사진처럼 이어진다. 스필버그가 연출자로서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묻어난 장면들도 있다.


스필버그는 팔순을 파라보는 거장이지만, 그저 여전히 영화를 몹시 사랑하는 소년일 뿐이라고 고백한다. '파벨만스'는 영화를 향한 절절한 고백이자 찬사를 담았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시네마 천국'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파벨만스' 스틸[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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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륵, 척! 타르륵, 척!'

'드르르르륵'


영화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는 장면이 많다. 편집기로 필름을 툭툭 자르는 장면이나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에 심장은 요동치고 뜨거운 무언가 치민다.


서로 다른 옷을 입고 영화관에 앉은 사람들이 함께 영화보는 장면이 계속 등장하는데, 이는 '파벨만스'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순간, 비로소 '영화'가 완성된다. 변화의 중심에서 시네마(CINEMA)를 향한 거장의 고민과 사랑이 읽히는 특별한 지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을 찾는 관객수가 줄었다. 집에서 영화를 보는 선택지가 생기고 영화관람료가 상승하면서 생긴 변화다. 감염병이 촉진시킨,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스필버그는 극장의 존재와 시네마(영화)에 관해 말한다.


영화는 우리가 극장을, 영화를 사랑한 이유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왜,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 또 영화에 치인 순간은 언제였는지 떠올리게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는 관객을 붕 뜨게 한다. 그 어떤 감정도 강요하지 않는다. 스필버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킨다. 낭만적이고 귀엽고, 뭉클하고 웃기고 다 하는 영화다. 꿈을 꾸듯이 러닝타임 2시간31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엔딩에서는 탄식이 터진다. 청년이 된 새미가 '서부극의 제왕' 존 포드 감독(1894~1973)을 만나는 장면인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존 포드로 깜짝 출연해 재미를 준다. 몹시 쿨하고 의미심장한 이 대사는 길지 않지만 감탄이 터진다. 이는 스필버그 일생의 깨달음이자 영화를 만드는 이정표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마지막 장면은 사진처럼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듯하다. 마치 새미가 보고 충격받은 기차 장면처럼.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만큼 재미있고 행복한 영화다. 러닝타임 151분. 12세 이상 관람가. 3월22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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