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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울리는 수수료]②"예탁금 이용료는 비용 감안"…모호한 규정이 돈장사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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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수익의 4분의 1만 고객에게 지급
증권사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규정이 원인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비교공시 필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벌어들인 예탁금 수익률은 최근 4년간 최고 1.94%, 최저 0.80%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2019년 4513억원, 2020년 4410억원, 2021년 5012억원이었다. 특히 금리 상승기인 지난해에는 1조735억원의 이익을 거둬 4년간 총 2조4670억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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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하는 이용료율은 0%대로 쥐꼬리 수준이다. 이용료율은 개인별 예탁금 액수와 금리에 따라 달라진다. 2020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예탁금 액수가 50만원 미만일 경우 평균 이용료율은 0.1~0.2%, 50만~100만원 미만은 평균 0.2~0.3%, 100만원 이상일 때는 평균 0.2~0.4%로 평균 0.2% 수준에 머물렀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예탁금으로 챙긴 수익률이 0.8~1.94%인 점을 감안하면 고객에게 수익금을 되돌려 주는 비율은 4분의 1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예탁금을 맡긴 고객에게 지급한 금액은 2019년 1739억원, 2020년 1235억원, 2021년 1020억원, 2022년 1970억원으로 4년간 총 5965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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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금 운용 수익률 3%대, 이용료율은 1% 이하

한국증권금융의 '2023년 3월 신탁운용위원회 회의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증권투자자예탁금신탁의 운용 수익률은 3.408%에 이른다. 증권금융의 관리비용과 신탁보수를 차감하더라도 이익률은 3.341%다. 금리 인상 영향을 받아 신탁 수익률은 1년 전(1.8%)보다 1.5%포인트 넘게 올랐다. 신탁운용위원회에 따르면 이달에도 3.3%에 수준의 신탁 수익률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은 저조하다. 예탁금 100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예탁금 이용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투자증권으로 1.05%를 적용하고 있다. 1만500원에 15.4%의 세금을 제외한 8000원가량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자다. 토스증권(1%)과 KB증권(1.03%)도 1%대 이자율을 기록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0.75%)·다올투자증권(0.55%)·NH투자증권(0.5%)·BNK투자증권(0.4%)·한화투자증권(0.4%)·교보증권(0.4%)·SK증권(0.4%) 순이다. 신영증권은 최소 금액이 50만원 미만인 고객에게도 0.1%의 예탁금 이자율을 지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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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비용 핑계로 쥐꼬리 이용료율 계산

증권사가 고객의 돈으로 이자장사를 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예탁금 이용료 지급 기준을 임의로 정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규정(4-46조)에 따르면 금융투자업자에게 금융투자협회가 정하는 예탁금 이용료 산정 기준 및 지급 절차에 따라 투자자에게 예탁금의 이용대가를 지급하라고 돼 있다. 예탁금 이용료는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하며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증권사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증권사의 '합리적 방법'에 따라 산정하는 비용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3-7조는 예탁금 이용료율의 산정·변경 절차를 정하고 있다. 2항에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 예탁금으로부터 발생하는 운용수익과 투자자 예탁금과 관련해 발생하는 다음 각 호의 직·간접 제반비용을 감안해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 지급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에는 예금자 보험료, 감독분담금, 지급결제 관련 비용, 인건비, 전산비를 비롯해 금융투자회사의 예탁금 관련 비용이 포함된다. 지급기준의 변경은 증권사가 할 수 있으며 협회에 그 내용을 사전에 보고하는 게 유일한 규제 조항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산·지급결제 비용이나 그에 따른 인건비는 이해가 되지만, 한국증권금융이 예탁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데, 예금자보험료와 감독분담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예탁금은 증권사들이 운용을 잘해서 얻는 수익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절반 정도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 "현재 예탁금 이용료율은 은행의 단기예금이나 입출금통장(요구불예금) 금리보다도 낮다"고 지적했다.


이익 배분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필요

금감원이 준비 중인 태스크포스(TF)에서는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시장 금리와 너무 동떨어진 이용료율 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양정숙 의원은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겨 놓은 예탁금으로 위험 부담 없이 4년 사이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냈다"면서 "이익을 예탁금 주인인 고객에게 적정하게 돌려주도록 이익 배분에 관한 가이드라인 또는 증권사별 공시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증권사 입장에서 예탁금 이용료율을 눈에 띄게 올리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을 보면 신용거래 이자율, 매매 수수료, 예탁금 이용료율 순이다. 예탁금 이용료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리테일 부문의 이익이 더 쪼그라들면 실적 우려가 커질 수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기업금융 등에서 유의미한 이익을 올리기 어려울 뿐더러 매매도 줄고 있어 신용융자 이자율과 예탁금 장사로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증권사 대표들이 개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증권사별로 예탁금 이용료나 신용융자 이자율에 대한 비교공시가 이뤄지면 증권사 스스로 금리를 합리적인 수준에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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