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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건강]치매로 착각하는 '섬망'…원인 개선하면 잘 회복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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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박혜연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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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신 어머니가 겨울철 빙판길에 넘어졌다. 비록 수술은 했지만 다행히 회복했다. 하지만 갑자기 어머니는 가족들을 못 알아다. 그리고 집에 가야 한다며 안절부절못했다. 깜짝 놀란 딸 A씨는 밤새 간병하며 어머니를 지켜보았다. 어머니는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셨고 낮에는 천장에 벌레들이 보인다며 허공에 손을 내젓기도 했다. A씨는 이 사실을 가족들과 공유했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섬망’은 헛소리 섬(?), 거짓 망(妄)이라는 단어로, 신체질환이나 약물이 유발하는 전반적인 뇌기능장애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주변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판단력, 그리고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간간이 언어능력이나 기억력 장애가 나타나 엉뚱한 말을 하거나 횡설수설한다. 이에 더해 불면증이나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반대로 반응이 둔하거나 쳐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헛것을 보거나 듣는 등 환각이 동반되기도 한다.

섬망이 위험한 이유는 몇 시간에서 며칠 이내 급작스럽게 발생하고 상태가 자주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낮에는 의식이 매우 또렷하고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환자가 밤이 되면 횡설수설하면서 부산해질 수 있다. 이처럼 입원환자에게 섬망은 특히나 위험한데, 낮에는 정상적이던 환자가 밤에 낙상 등 사고가 생기거나 치료를 위한 카테터를 뽑는 등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섬망이 생기는 경우에는 입원 기간이 늘어나거나 의학적 후유증과 사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섬망은 일반적으로 ▲노인 ▲고열이나 중독 등 의학적 상태 이상 ▲수술이나 감염 등 내외과적 질환 ▲알코올 사용 장애 ▲여러 가지 약제 복용 등 다양한 유발 인자에 의해 발생한다. 노인 입원환자의 약 20%, 중환자실 입원환자의 약 30% 정도에서 섬망이 발생한다고 보고된다. 섬망은 치매와 달리 급성으로 나타나기에 원인이 교정되면 호전되는 가역적인 뇌기능장애이다. 그러나 섬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거나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여러 위험에 노출될 뿐만 아니라 치매 등 신경인지장애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원인이나 위험요인을 개선하는 것이 섬망의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자 예방법이다. 예를 들어 적절한 치료를 통해 통증을 감소시키고 변비, 전해질 불균형을 교정하고 섬망을 유발할 수 있는 약제를 차츰 줄여간다면 섬망을 예방하거나 호전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면이나 초조, 흥분 증상, 환각이 동반된다면 항정신증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한 입원 환자 중 섬망이 예상되는 환자에게는 섬망 위험요인을 사전에 확인하고 조절하는 등 예방활동을 하고 섬망이 발생하더라도 환자를 주기적으로 검사하여 조기에 발견해 개입하면 섬망을 치료할 수 있다.

의학적인 치료 외에도 보호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섬망 환자는 낙상 등 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집중적인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현실감을 유지하도록 날짜나 장소 등에 대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는 등의 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평상시에 안경이나 보청기 등을 사용했다면 빨리 재개하는 것이 좋고 가능하면 낮에는 어느 정도의 거동 등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섬망은 비교적 잘 회복이 되며 별다른 후유증을 남기지 않지만, 혹시나 퇴원 이후에 섬망 증상이 재발할 수 있기에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하며, 재발한다면 의료진을 빨리 찾아야 한다.


박혜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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