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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 연속휴식 없이 ‘주 64시간’ 근무...연장근로 연단위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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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 발표
노사 합의로 주 69시간·64시간 선택 가능
11시간 연속휴식, 의무 아닌 노사 선택사항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1→3개월…주4일 가능
'제주 한달 살기' 가능한 장기휴가 독려

 11시간 연속휴식 없이 ‘주 64시간’ 근무...연장근로 연단위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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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주 최대 근로시간을 69시간과 64시간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근로일 사이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면 주 69시간, 그렇지 않으면 주 64시간이다. 기존에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에서 벗어나 바쁠 때는 더 일하고, 안 바쁠 때는 덜 일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또 정부는 노사 간 합의로 근로시간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근로자대표제도를 정비하고,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장기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이같은 근로시간 유연화가 '몰아치기 노동'을 늘려 근로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 건강권 보호 조치로 언급됐던 '11시간 연속 휴식'마저 보장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사나흘씩 연속으로 쉼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을 정부가 용인하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근로시간 제도를 바꾸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노동계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가 큰 만큼 이번 국회에선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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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제도 '선택지' 어떻게 바뀌나

정부는 6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해 12월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주 52시간제 완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날 발표된 정부안의 핵심은 현재 1주에 최대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가능한 노동시간의 관리단위를 월(52시간)·분기(140시간)·반기(250시간)·연(440시간)으로 확대해 특정 주에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노사는 합의를 통해 회사에 적합한 근로시간제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1주일에 64시간 이상 일하는 대신 근무일과 근무일 사이 11시간의 연속 휴식 시간을 적용받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하루 노동시간 13시간(24시간 -11시간)에서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 근무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 시간을 빼 하루 최대 11.5시간 일할 수 있다. 주 6일 일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주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1주일에 최대 64시간까지만 일하되 11시간 연속 휴식 시간을 없앨 수도 있다. 이 경우 주 단위 노동시간은 여전히 제한되지만 하루 노동시간은 자유로워진다. 즉 '1주일 64시간'만 맞추면, 하루 24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나머지 닷새 동안엔 16시간(64시간-48시간)만 일해도 괜찮다. 당초 정부는 근로자 건강권 보호를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 보장 의무를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경영계의 우려를 받아들여 이를 노사 선택사항으로 돌렸다.

고용부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에서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널리 채택하고 있지만 이들은 상황에 따라 노사가 협의해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 근로기준법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상황만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그 외의 긴급상황은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장 상황에 맞게 실효적으로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11시간 연속 휴식을 제외한) 1주 최대 64시간을 선택지로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광화문 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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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때 일 몰아서…총 근로시간은?

정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주'에서 '분기' 등으로 길어지면 과도한 장시간 근로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만약 관리 단위를 분기 이상으로 하는 경우엔 '4주 평균 64시간' 준수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4주 평균 64시간은 산업재해 과로 인정 기준이다. 이렇게 되면 연장근로시간을 분기 단위로 관리하면서 업무가 몰리는 기간에 연장근로를 집중 투입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근로자는 4주 평균 64시간 이상 일해선 안 된다.


또 정부는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자 연장근로 관리 기간에 비례해 연장근로 총량을 줄이게 했다. 즉 월 단위로 관리하면 현재와 같이 총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동일하지만, 분기 단위로 관리하면 140시간으로 10% 줄고, 반기 단위면 250시간으로 20%, 연 단위면 440시간으로 30%가 줄게 된다. 이를 주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하면 월 단위 12시간, 분기 단위 10.8시간, 반기 단위 9.6시간, 연 단위 8.5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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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대, 경영계 환영…정부는 "과로 없을 것"

노동계는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여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면서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근로시간이 긴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 주 69시간 근로나 연속 휴식을 보장하지 않은 주 64시간 근로를 허용하게 되면 근로자들의 과로가 더 심해질 수 있어서다.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주 69시간과 주 64시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근로자 건강 보호 조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최근 논평에서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유일한 조치"라며 "(정부안은) 1주 55시간을 장시간 노동의 기준으로 삼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역행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특정 주에 연장근로를 하면 다른 주에는 연장근로를 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첫째 주에 69시간(기본 40시간+연장 29시간)을 일하고 둘째 주에 63시간(기본 40시간+연장 23시간)을 일하면 한정된 연장근로 52시간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3~4째 주에는 기본 40시간만 근무하면 된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최근 5년간 주 평균 40시간을 넘지 않는 근로시간 실태 등을 고려하면 주 최대 69시간, 64시간 근로를 일반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이번 근로시간 개정안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낡은 법 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개정안을 계기로 그동안 산업현장에서 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 등 획일적, 경직적인 현행 근로시간제도로 인해 업무량 증가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나 다양한 시간선택권이 제한돼 온 어려움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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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내 근로시간 결정?…근로자 '대표성' 높인다

정부는 노사가 민주적으로 근로시간 제도를 합의할 수 있게 근로자 대표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등 주요 근로조건 결정 시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가 서면합의를 하게 돼 있는데, 현행법은 근로자 대표 선출 절차나 방법 등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아 현장에 혼란이 많다. 이에 앞으로는 근로자 대표의 공정한 선출 절차, 권한과 책무 등을 마련해 민주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강화한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조,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모두 없으면 투표로 선출된 직원을 근로자 대표로 인정한다.


또 한 회사에서 근로형태 등 차이가 있는 특정 직종·직군(부분 근로자)에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는 해당 근로자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 생산직 중심의 과반 노조가 있는 회사에서 연구직에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결정할 때는 노조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직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만약 부분 근로자와 근로자 대표의 생각이 다르다면 노동위원회의 판단을 거쳐 사용자와 직접 협의할 수 있도록 한다.


불합리한 휴게시간 제도도 고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직원의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이 때문에 시간제나 반차 등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하는 경우에도 휴게 규정으로 바로 퇴근하지 못하고 30분을 더 머물러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때에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해 선택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제주도 한달 살기' 가능한 장기 휴가 독려

'필요할 때 일하고, 일한 만큼 자유롭게 쉰다'는 기조 아래 근로자들의 장기 휴가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지금도 연장·야간·휴일 근로 시 임금 대신 휴가를 부여하는 보상휴가제가 도입돼 있지만 구체적인 운영기준이 없어 도입률이 낮다. 이에 정부는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계좌제'로 대체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 적립·사용 방법과 정산원칙 등 법적 기준을 마련한다. 연차휴가와 저축휴가를 결합하면 '제주도 한달 살기'나 안식월이 가능할 정도로 장기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직원들이 회사 눈치보기 탓에 장기 휴가를 못 가는 일이 없도록 장기휴가 활성화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도 추진한다. 저축휴가는 시간 단위로 적립하고,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고용부는 "시간 단위로 적립하는 것이므로 사용도 휴식, 자기개발, 육아 등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할 수 있어 유연성이 가장 높은 휴가"라며 "휴가는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위한 것이라는 문화를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월화수목일일일'…주 4일 가능해지나

정부는 근로자들이 원하는 주 4일제나 주 4.5일제가 확산할 수 있게 선택근로제도 강화한다. 선택근로제를 활용하면 근로자가 근로일, 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는 법상 허용하는 최대 활용기간이 1개월(연구개발만 3개월)로 짧아 한계가 있다. 현재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R&D) 업무의 경우 3개월의 정산기간에 총 근로시간을 정하고, 1일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데, 업계에선 초과근로 발생 주기가 최소 6개월을 넘어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다.


앞으로는 근로자의 시간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연구개발 6개월)로 확대한다. 그러면 근로자는 특정 시간·기간에 일을 몰아서 집중적으로 하는 대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보다 쉽게 주 4일제나 시차출퇴근 등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정부는 재정지원과 컨설팅 등을 통해 재택·원격근무를 확산하고, 근무혁신 우수기업 선정 인센티브를 늘려 기업의 체감 근로시간 단축, 일·생활 균형을 유도할 예정이다.


오늘부터 입법예고…이정식 "역사적인 진일보"

고용부는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이날부터 40일간의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6~7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입법 사항이 아닌 내용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올해부터 당장 시행할 계획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번 정부 입법안은 경제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며 "근로자에게는 주 4일제, 안식월, 시차출퇴근제 등 편익을 안겨주고, 기업에는 인력 운용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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