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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길 화물이 없다" 빈컨테이너만 쌓여가는 美서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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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붕괴로 가격 전쟁 격화"
글로운 해운업계 깊어지는 암운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 드넓은 항구에는 빈 컨테이너들이 6단으로 적치돼 끝도 없이 쌓여 있다. 운행을 중단한 트럭들은 터미널에서 야드까지 빼곡히 주차돼 있고, 옮길 화물이 없는 크레인과 트랙터는 한산한 모습이다. 해운업이 초호황이던 팬데믹 초기 100척 이상의 선박이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입항을 대기하며 장사진을 이뤘던 3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한 항만 노동자는 "등록된 트럭 운전사가 1만6000명에 달했던 이곳에 현재는 3000명만이 일하고 있다"며 "올 한 해는 역대 최악의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묘수가 없다" 불황에 운항 중단한 해운사들

세계 교역량 위축에 따른 수요 붕괴로 글로벌 해운업계 암운이 깊어지고 있다. 해상 물동량 감소에 따른 운임 경쟁 격화로 올해 역대급 해운업계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세계 1·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는 최근 3개월 새 정기 노선의 운항 편수를 크게 줄였다. 아시아~미 서부 노선에서 운항하는 정기편의 35%, 아시아~유럽 노선의 20% 운항이 취소됐다. 업계는 글로벌 컨테이너선사의 약 7%가량이 운항을 중단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해운산업 구조조정 등 위기 때마다 선사들은 운항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며 이같이 전했다. 운임이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면서 아예 운항을 안 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WSJ은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서 운임이 손익분기점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며 과거 해상 물동량과 운임이 긴 하락세를 그리면서 해운산업 전체가 생존 시험대에 올랐던 위기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소비 불황이 깊어지면서 미 소매업체들의 재고는 쌓여가고 있다. 미국 소매협회(NRF)은 2월 미국의 해상 수입 물동량이 전년 동월 대비 26%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월 대비로는 12% 줄었다. 빈센트 클라크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월 미 소매업체들의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면서 "수요 회복에 최소 6~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클라크 CEO는 지난달 8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요 둔화로 올해 이익이 약 8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MSC의 소렌 도프트 CEO도 지난달 롱비치에서 열린 해운·물류산업 연례회의에서 "(미 소매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여전히 높다"며 실적 둔화를 우려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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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해체도 운임 회복 발목…SCFI 1000선 붕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해체도 해운업황에 부정적이다. 동맹 해체에서 기인한 공급 증가와 경쟁 격화가 추가 운임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MSC의 해운 동맹체인 2M이 오는 2025년 1월 갈라서기로 선언하면서 2M을 시작으로 글로벌 해운동맹들의 해체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M 이외 대표적인 해운동맹으로는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 홍콩 OCCL로 구성된 '오션얼라이언스'와 한국의 HMM이 속한 '디얼라이언스' 등이 있다. 이들이 전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24일 기준 946.68로, 1000선이 붕괴됐다.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지난해 1월7일(5109.60)과 비교하면 81% 감소한 수준이다. 컨테이너 운송 컨설팅업체 베스푸치마리타임의 라르스 옌선 CEO는 "지난 5개월간의 수요의 붕괴는 가격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평했다.


수급 불균형으로 화주가 운송계약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올해 운임 하락세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 화주들은 올해 장기 운임 계약에서 지난해 대비 약 35%가량 저렴한 운임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해운 데이터 제공업체인 제네타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피터 샌드는 "선사와 대형 화주들은 통상 1년 단위로 운임을 협상하지만, 지속적인 운임 하락에 계약 주기가 최근 2~3개월로 짧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짧은 운임 계약은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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