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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Next]정부가 '과점구조' 업계 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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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금리·물가에 국민 불만 진정시킬 필요
통신·금융 과점구조는 사실상 정부가 만들어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취약층은 정부 지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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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과 금융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며 물가안정을 위한 고통 분담을 거론한 데 이어 27일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와 은행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이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은 금융·통신·식품 분야에 연달아 개입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의 영업 방식은 약탈적”(1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세금 조금 올렸다고 주류 가격 올리나”(2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통신 분야 과점 구조가 고착화했다”(23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은 경쟁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이트진로 등은 제품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체 실태조사에 들어간다고 알려진지 하루만이다. 생수업체인 풀무원 등도 마찬가지다.

비판은 업계에 돌리고, 지지율 높이고

국민들은 치솟는 금리와 물가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와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기·가스요금도 크게 올랐으며 생필품과 외식 물가도 잇따라 올랐다. 이런 와중에 은행들과 정유업계는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며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대다수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한편에서는 돈잔치를 벌이는 상황에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는 그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국면 전환이 필요한데, 경기는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는데다 물가도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에너지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물가가 진정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높은 수준의 금리가 내년초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의 적'이 나타났다. 은행·통신업계가 첫 타깃이 됐고 이후 식품업계 등도 타깃 대열에 합류했다. 마침 윤 대통령이 업계를 비판하기 시작한 지난 15일 이후, 리얼미터 기준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2월 셋째주, 넷째주에 40%선에 올라섰다. 1월 첫째주 이후 줄곧 30%대 중후반을 기록했던 지지율이 반등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난방비 폭탄 등 고물가에 흉흉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인허가권을 쥔 은행과 통신에 대한 때리기를 하고 있다"며 "과도한 예대마진이 문제라면 에너지 가격 폭등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본 정유사에게도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과점체제” 비판, 타당한가

윤 대통령과 정부는 금융·통신 분야의 과점 구조에 대해 비판했다. 과점 체제인 이들 업계가 소비자의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한 채 자신들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다. 기업 자율, 시장 경제를 강조하던 윤 정부 출범 초기 때와는 논조가 확연히 달라졌다.


과점체제에 대한 비판은 타당할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시장이 성숙할수록 과점체제로 수렴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대부분 시장에서 2개, 3개, 4개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나눠갖는다. 이렇게 과점체제로 수렴되는 이유는 뭘까. 시장이 성숙할수록 제한된 시장에서 너무 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면 적정이윤을 확보하기 어렵고 경쟁력이 없거나 큰 실수를 한 기업들은 토태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경쟁하면 할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등 소비자들에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어느 정도 적정 이윤이 보장돼야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효율성을 높여서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압도적인 국내 시장점유율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으며, 미래차 기술인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었다. 과점 경쟁 체제인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이통통신과 은행을 살펴보자. 1990년대 정부는 이통통신 서비스를 시작할 때 SK텔레콤(011), KT프리텔(016), 신세기통신(017), 한솔텔레콤(018), LG텔레콤(019) 등 5개사를 허가했다. 이후 수익을 내지 못했던 신세기통신과 한솔텔레콤은 각각 SK텔레콤과 KT프리텔에 합병돼 3사 체제가 됐다. 은행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 등 5대 시중은행 체제였던 것이 1997년 외환위기로 부실화되면서 정부가 은행 대형화 정책을 추진했다. 서민 대상 은행으로 기업 부실 여파에서 비껴있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정부 주도로 합병돼 국민은행으로 됐고, 부실은행이었던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쳐져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이 됐다.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에 합병됐고 하나은행은 2010년대에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조흥은행은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사실상 과점체제는 정부가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내수기업들에 대한 비판은 과점체제의 필연

통신, 금융, 식품, 주류… 정부가 비판에 나선 이들 업계의 공통된 특징은 뭘까. 모두가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점이다. 시장이 성숙해가면 과점체제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과점체제는 경쟁제한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카르텔(담합) 조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사, 인수합병시 독과점 심사 등을 하는 이유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국민들도, 정부도 비판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LG전자나 현대차가 성과급을 아무리 많이 줘도 별다른 얘기가 없다. 하지만 내수산업은 얘기가 다르다. 관세장벽이든 비관세장벽(국민정서 등)이든 외국업체와 내수 경쟁에서 상당부분 혜택을 보고 있다. 통신과 금융은 이에 더해 진입 규제라는 큰 장벽이 있다. 경쟁이 제한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내수업종에서 과점구조가 형성돼 있다면 이들이 많은 성과급을 받거나 제품 가격을 많이 올렸을 때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게 필연이다.


"정부 개입이 가격 기능에까지 미치면 안 돼"

그러면 정부가 나서서 과도한(?) 가격제한을 하고 나서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과점구조의 폐해를 시정하고 경쟁을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정당할 지라도 지나친 개입은 시장경제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가격 개입에 나설 경우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은행의 경우 금리를 낮게 억제할 경우 대출이 나가면 안 되는 사람에게까지 대출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의 가격 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하고 피해가 큰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업들은 원재료와 에너지 등 생산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는데, 정부가 이를 억누른다면 일시적 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기 각 상품마다 가격을 못 올리게 고정시키는 바람에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나타난다.


공정위가 통신과 은행 업계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먼지 털기'식 조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정위는 최근 5년간 이동통신 3사와 그 계열사간 담합 등과 관련 조사에 나섰지만 담합 증거를 찾지 못했다. 또 2012~2016년 6개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혐의를 조사했지만 의혹을 밝혀내지 못한 채 심의 절차를 종료했다.





정재형 경제금융에디터 jjh@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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