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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인권침해' 유엔 보고서, 北 책임 규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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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강제노동·인신매매까지, 열악한 실태
'보편적 관할권' 北 형사기소…실현 가능할까
"국제적 관심 끌어내고 경각심 일깨울 필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2년 만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다루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 정권에 인권침해 책임을 따져 물었다. 특히 회원국이 '보편적 관할권'을 통해 북한 내 범죄행위자를 형사 기소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과 그 효과는 미지수로 평가된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OHCHR은 최근 '북한 인권 책임 규명 보고서'를 발간하고, 오는 27일부터 4월 초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했다.

북한 인권 책임 규명 보고서는 2019년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한 북한 인권 결의에 따라 처음 작성됐으며,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보고서다. 이번 보고서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와 OHCHR로 구성된 북한 인권 책임 규명팀이 지난 2년간 활동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실종·강제노동·인신매매…최악의 인권침해국 北
북한의 인권침해 유형

북한의 인권침해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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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침해 유형을 ▲강제실종 ▲해외 강제노동 ▲인신매매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강제실종'에는 자의적 구금을 비롯한 북한 내 강제실종 문제 외에도 전시·전후 납북자, 외국 국적자에 대한 납치 문제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6·25전쟁 이후 1980년대까지 북한으로 끌려간 국군포로와 외국인 등을 언급하면서 '조직적인 강제실종', '반인권적 범죄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피해자의 가족까지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는 지적도 담겼다.

'해외 강제노동'과 관련해선 북한이 해외에서 수많은 노동자를 강제로 일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조사단이 해외 파견 노동자 18명을 조사한 결과, 당국의 통제 아래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장시간 작업을 하면서도 적절한 휴식이나 필요한 안전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처한 노동자는 최소 생계비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인신매매'는 국제사회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가 이뤄졌던 사안이다. 조사단이 취업 또는 결혼을 위해 인접 국가에 팔려 간 여성들과 접촉한 결과, 피해자는 인신매매를 당했는데도 북한 출신이라는 점이 발각되면 본국으로 강제송환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이 다시 북으로 끌려갈 경우 구금과 고문, 성폭력 등 범죄에 노출될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창의적 전략…"보편적 관할권으로 北 범죄자 기소"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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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북한을 향해 반인도적 범죄와 여타 국제법상 범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를 중단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권이사회 회원국을 상대로는 북한의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가능하면 북한 인권 침해 혐의자를 직접 조사하라는 권고다.


이를 위해 '참신하고 창의적인 전략'을 제시했는데, 바로 각 회원국이 '보편적 관할권'을 행사하는 방안이다. 보편적 관할권(보편적 사법권·Universal Jurisdiction)이란, 범죄 가해자가 자국민이 아니고 범죄가 해외에서 발생했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의무가 있다는 개념이다. 한국을 비롯해 보편주의 원칙을 따르는 국가라면 모두 해당한다.


예컨대 아르헨티나 사법 당국은 2021년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학살을 조사한 바 있다. 독일 법원이 시리아 내전 당시 반(反)정부 시위대를 고문하고 살해하는 데 가담한 전직 시리아 정보국(GID) 요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선례도 있다. 이처럼 전쟁 범죄나 인신매매, 테러 등 반인권적이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


보고서는 '한국이 보편적 관할권을 활용해 북한의 인권침해 가해자를 기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엔 국제형사재판소(ICC)나 특별재판소 설치 등을 통해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지난해 10월 유엔총회 3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형사 기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현 가능성' 미지수…"국제사회 관심 유지도 중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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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북한에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북한은 인권침해 지적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우리 정부의 규탄이 있을 때마다 선전매체를 통해 '여성을 존중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달리 남측에선 차별과 탄압이 만연하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책임 규명을 요구하면 국권을 내세우며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해석하곤 했다.


현실적으로도 ICC는 2002년 로마 규정의 당사국만 조사·재판할 수 있기 때문에 당사국이 아닌 북한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가 이뤄진다면 예외적으로 비당사국을 조사할 수 있지만, 비토권을 남발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때마다 나오는 제재 결의도 모두 무산되고 있다.


보편적 관할권도 피해 당사자인 한국과 미국, 일본을 제외하면 형사 기소의 부담을 떠안을 회원국이 나올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범죄자 신병 확보부터 자료 수집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명확하다. OHCHR는 북한의 책임을 규명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각국이 문제 해결과 범죄자 기소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정권이 주민의 인권과 민생을 도외시하면서 핵·미사일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는 "기록 자체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지하고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열악한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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