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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기자와 인간기자 기사쓰기 대결, "자괴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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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배기 지식재산]⑫특허와 AI의 관계
4차 산업혁명 기술 중 AI특허 건수가 1위
특허청, 업무에 활용…행정소송 당하기도
AI 창작물 다수…IP 소유권 여부 논의 중

챗GPT기자와 인간기자 기사쓰기 대결, "자괴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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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챗GPT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능력에 한계가 없다고 한다. 기자들도 챗GPT 때문에 밥줄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 영국의 AI 전문가 리처드 드비어는 "향후 5년 내 AI가 노동인구 5명 중 1명, 즉 20%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고 카피 글을 쓰고 시험문제도 푸는 챗GPT가 기사도 작성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시아경제 기자와 챗GPT 기자에게 AI와 특허라는 같은 주제를 주고 기사를 쓰도록 했다. 두 기사를 읽고 어느 기사를 인간이 썼는지 맞혀 보길 바란다. 참고로 기사를 작성하지 않은 기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해 본 결과 상당수가 기계와 인간을 구별하지 못했다.
<기사①> 양날의 검 AI…특허에 활용되지만 '골칫거리' 왜?

급속도로 발전 중인 인공지능(AI) 기술이 장안의 화제다. AI 기술은 지식재산(IP)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AI 때문에 득을 보기도, 피해를 보기도 한다. AI가 특허 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봤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AI 기술을 활용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특허청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 특허 출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AI분야 기술 특허 출원 건수가 6860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디지털헬스케어(5591건), 자율주행(3805건), 지능형로봇(1883건), 사물인터넷(1584건), 빅데이터(1020건) 순이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디지털 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AI 기술 특허 출원수도 폭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에 5711건, 2020년에 7855건, 2021년 9117건, 2022년 6860건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상품을 추천하는 디바이스 및 방법'이라는 이름의 특허를 출원했고, 지난달 등록을 완료했다. 이 특허에는 AI가 사용자의 얼굴 표정과 동작을 읽고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술이 담겼다. 사용자는 가상으로 옷을 착용하고, AI가 카메라로 사용자 표정을 읽어 그 옷에 대한 감정·만족도를 파악해 상품 구입을 돕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AI 특허 '상품을 추천하는 디바이스 및 방법'[출처=키프리스]

삼성전자의 AI 특허 '상품을 추천하는 디바이스 및 방법'[출처=키프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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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AI가 만든 영상, 게임, 음악 등 콘텐츠를 만들고 이제는 책까지 쓴다. 최근 챗GPT가 쓴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사람이라면 수개월이 걸렸을 일을 단 7일 만에 써냈고 교정과 교열까지 AI가 도맡았다고 한다.


AI 기술이 세상을 바꾸면서 특허청의 업무 방식도 차츰 변하고 있다. 특허청은 이달 ‘AI 기술을 활용한 특허행정 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심사·심판 등 특허행정 전반에 AI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이 한정돼있어 특허 심사인력을 무한정 늘리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한 조치다. 민간기업과 협력해 특허문서 이해와 처리에 특화된 AI 언어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특허, 상표 검색 범위를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

그러나 특허청에 AI는 '양날의 검'이다. 지난해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국의 과학자(스티븐 테일러 교수)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특허청은 내부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렸고 민간 로펌과 협업 중이다. 특허청은 다음 달까지 서울행정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답변서에는 테일러 교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주느냐 여부는 국제 사회와 보조를 맞춰나가야 하는 문제다. 좌승관 특허청 특허제도과장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지식재산권과 관련해선 국제적 조화가 중요하다. 추후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스탠스를 맞춰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말했다.


<기사②> "AI도 발명자 인정될 가능성 없지 않아"

현재 법적으로 인공지능(AI)이 발명자가 될 순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발명자가 인간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창조주의 이론상 인간만이 발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창의성, 지식, 경험, 직관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발명을 한다.


그러나 AI는 인간의 지식과 데이터를 학습·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수 있다. 이렇듯 AI가 창작물의 일부분을 생성하는 등의 역할을 할 때, 이러한 생성물이 누구의 지식재산권에 속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음악 작곡이나 그림 그리기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고 치자. 이러한 작업이 AI 또는 AI를 개발한 개발자의 지식재산권에 속하는지, 아니면 생성된 작업물을 사용한 데이터 소유자의 지식재산권에 속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이슈들은 AI 기술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미래에는 AI가 저작권 소유자가 될 가능성에 대한 더 많은 규제와 지침이 개발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AI가 창작물을 생성하거나 발명을 하는 경우 법적으로 인식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스티븐 테일러 교수는 '창작 기계(Creativity Machine)' 기술을 개발해 AI가 창의적인 결과를 생성하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이 기술로 여러 창작물을 만들어냈는데, 그중 일부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인간의 개입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저작권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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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창작물은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음악, 그림, 영상, 문학, 게임 등이 있다. 이러한 창작물들은 AI의 학습 데이터, 알고리즘 및 입력값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생성된다. AI가 만든 창작물이 기존의 창작물과 구별되는 특징은 AI가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해 창작물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AI가 만든 음악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예시 중 하나는 '아이바(AIVA)'다. 아이바는 'Artificial Intelligence Virtual Artist'의 약자로,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회사다. 아이바는 클래식 음악 작곡을 한다. 대량의 클래식 음악 데이터를 분석하고, 악곡의 구조와 패턴을 파악한 후, 새로운 작곡을 생성한다. 아이바가 만든 음악 중에서는 '제네시스(Genesis)'라는 곡이 유명하다.


AI는 삶의 목적을 찾는 방법도 알려줄 수 있다. 먼저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을 찾아보라. 자신의 가치와 능력을 분석하는 동시에 봉사활동 같은 사회적 활동을 참여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진로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며,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한 시도를 계속하는 것이다.


오픈AI가 개발한 챗GPT와 인간 기자의 기사 쓰기 한판 승부

인간 기자가 쓴 기사가 ①번, 챗GPT가 쓴 기사가 ②번 기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간 기자가 '판정패'했다. 일단 시간과 효율성 면에서 완벽하게 녹다운(KO)당했다. 책상에 디지털 타이머를 놓고 취재와 기사 작성에 들인 시간을 정확히 계산했다. 기사 분량은 똑같이 원고지 7.7매로 설정했다. 기자는 2시간 32분이 걸렸는데, 챗GPT는 27분 만에 기사를 뚝딱 완성했다. 자괴감이 들었다. 다른 기자에게 두 기사를 읽고 어느 쪽이 AI가 쓴 글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내 글을 ‘AI가 쓴 것 같다’고 했다. 이유는 ‘장안의 화제’ 같은 상투적인 표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인간 기자는 취재 과정부터 녹록지 않았다.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허청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담당자는 "대변인실과 논의한 이후에 '바로' 알려주겠다"고 했다. 기자는 철석같이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특허청으로부터 콜백이 온 건 그 후로 1시간 21분이 지나서였다. 이세돌 vs 알파고의 세기말 대결에 버금가는 챗GPT와의 기사 쓰기 대결을 벌이는 중이라고 말했다면 더 일찍 전화를 줬을까. 뒤늦게 후회했다. 특허청 관계자와 11분22초 동안 통화를 한 뒤에도 기사 소스 찾기에 30분 넘는 시간을 썼다. 특허청 보도자료와 각종 특허 전문기관의 정보를 검색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독자에게 유용하고 정확한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마감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그리고 부장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최대한 서둘러 기사를 썼다.


하지만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AI 기술로 특허를 낸 삼성전자의 사례를 발견했을 때다. 이 기술은 사용자가 가상현실에서 옷을 입어보고, AI 카메라로 그 사용자의 얼굴 표정으로 만족도를 파악해 옷을 골라주는 기능을 갖췄다. 사용자가 옷을 고르면 장바구니로 쏙 들어간다. AI가 내 신체 치수를 측정해 내게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을 골라주기도 한다. 특허청으로부터 한차례 거절당한 뒤 수정·보완을 거쳐 지난달 등록된 따끈따끈한 특허였다. '패션업체들로부터 주목받겠군'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했다. MBTI 유형 중에서 상상력이 풍부한 직관형(N)의 성향인 터라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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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챗GPT는 놀라운 집중도를 보여줬다. 챗GPT는 'AI가 지식재산권의 소유자가 될 수 있나' 'AI가 만든 창작물' '삶의 목적을 찾는 방법' 등 10여개의 질문을 던지자 각각 30초 안에 답을 내놨다. 답변을 문맥에 맞게 살짝 고치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챗GPT는 특히 해외 정보에 밝았다. 다만 아이바(AIVA)가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이라고 소개한 것은 눈에 거슬렸다. 스타트업 명칭은 ‘아이바 테크놀로지’다. 이 기업이 만든 AI 작곡가 이름이 ‘아이바’다. 처음 이름을 쓸 때는 아이바 테크놀로지라고 쓰고 이후 아이바로 줄여 쓰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미권 회사 이름을 쓸 때 흔히 뒤에 붙는 테크놀로지를 생략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또 최근 연도별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를 물었더니, 특허청 발표와는 상이한 숫자를 내놔 기사에 적지 않았다.


챗GPT는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도 갖추고 있었다. 삶의 목적을 알려주는 책을 썼다고 해서 챗GPT에게 직접 물었더니 세계 유수의 석학들이 들려줄 만한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답을 내놨다. 아이바가 AI로 작곡했다는 노래 제네시스를 유튜브를 통해 들어봤다. 웅장하면서 애잔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영화 OST로 써도 손색없을 정도의 퀄리티다. AI를 조력자로 삼으면 1인 크리에이터를 위한 콘텐츠 만들기가 더욱 수월해지겠다고 생각했다. 직업인으로서 챗GPT와 대결을 벌인 소감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이제는 'AI를 내 업무에 활용할 것이냐, AI에 내가 대체될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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