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챗GPT에게도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두달만에 사용자 1억명 돌파
기계적 짜깁기 답변, 사실 여부 판단은 인간의 몫
아이디어 정리, 학습 보조 등 창조 활동에 적극 활용해야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열풍이 심상치 않다.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인 오픈AI가 개발해서 2022년 11월30일에 공개한 이 챗봇은 두 달도 안 돼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앱이 됐다. 이전 기록은 아홉 달 걸린 틱톡이었다.
박상길의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에 따르면, 챗GPT는 초거대 언어 모델 GPT-3를 활용한 인공지능이다. 챗GPT의 학습 데이터는 무려 45TB이고, 정제 데이터만 570GB에 달한다. 인류가 축적한 모든 문장을 암기하고 있는 셈이다. 모델이 너무 커서 인공지능이 한 번 학습하는 데만 120억 원 이상 비용이 든다.
그 덕분에 챗GPT는 사람이 직접 글을 쓴 것처럼 질문에 답한다. 다양한 질문에 문장 형태로 상당히 정확한 답을 제공한다. 원리를 설명하면 코딩도 하고, 주제를 주면 파워포인트 자료도 만든다. 성능을 개선한 GPT-4가 나오면, 답변은 훨씬 정확해지고, 대화는 한층 실감 날 터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챗GPT로 과제를 작성해서 제출할까 싶어 걱정할 만하다.
일단, 주의할 점이 있다. 챗GPT가 내놓는 답변은 모두 짜깁기이다. 학습한 문장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하나씩 이어붙이는 식으로 답한다. 알파고가 바둑의 다음 수를 예측해 가장 좋은 수를 내놓는다면, 챗GPT는 다음 문장을 예측해 가장 그럴듯한 문장을 ‘기계적으로’ 내뱉는다. 창작 문장이 전혀 없으므로, 표절은 피할 수 없다. 챗GPT는 뉴스 기사도 쓰고 시험 답안도 작성하고 과학 논문도 저술할 수 있으나,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좁은 주제에, 관련 전문가라면, 어떤 글을 표절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구글 같은 검색엔진을 대체하리라는 전망도 있으나, 섣부른 예측인 듯하다. 챗GPT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거나 의미 체계를 생각지 않고, 그럴듯하기만 하면 답을 내놓는다. 따라서 무척 운이 좋을 때만 괜찮은 답을 만날 수 있다. 답이 길어지면 내용은 뒤죽박죽에, 문장은 중복되기 일쑤다. 한마디로, 아직 검색 만족도가 높지 않다.
어떤 일의 가치를 묻거나 전망을 물으면, 더욱 엉망이 된다. 아무리 대단한 인공지능도 무엇이 의미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의미를 모르면, 가치도 알 수 없고, 예측도 할 수 없다. 챗GPT를 쓰다 보면, 자주 의미나 예측은 인공지능이 할 일이 아니라는 답을 만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질문에는 답을 못하거나, 답해도 빤한 답변을 재구성해 늘어놓을 뿐이다.
철학자 김재인에 따르면, 챗GPT가 언어에 의존하는 한 근본적 한계가 있다. 언어는 사실만 전하지 않는다. 용, 유니콘, 둥근 네모 등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도 얼마든지 존재하는 양 전달한다. 한마디로, 언어는 허구와 오류와 거짓을 내포하고, 때론 거짓으로 진실을 전달할 수도 있다. 예술 언어는 그 절정이다. 챗GPT는 언어의 이런 힘 앞에서 무력하다. 사실을 판단할 수도, 맥락에 따른 진실이 무엇인지도 이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챗GPT가 표절꾼에 이해도가 낮다고 해서 대단하지 않은 건 아니다. 사실, 인간 역시 대부분 창조적이지 않고, 늘 창조적인 일만 하지도 않는다. 또 항상 의미를 생각하거나 고도의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챗GPT를 잘 활용하면, 더 나은 삶을 사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챗GPT는 강력한 브레인스토밍 기계이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적절한 질문을 던져 괜찮은 답을 끌어낼 경우, 챗GPT는 기존 아이디어나 자료를 잘 정리해 문서로 만들어 준다. 대부분은 우리가 이미 접해서 익숙한 것이나,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디어도 적지 않다. 이는 우리가 더 좋은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고, 우리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촉발한다.
챗GPT는 훌륭한 글쓰기(코딩, 음악, 미술 등) 교사이다. 보조적 창조 도구로 무척 뛰어나다. 특정한 상황에서 주어진 인물들에 적합한 대화를 생성하고, 이야기 흐름도 그럴듯하게 구성한다. 우리가 작성한 문서의 맞춤법을 바로잡고, 부정확한 문장을 교열하며, 거친 표현을 걸러서 글의 질도 끌어올린다. 멜로디에 맞는 가사를 쓰고, 주제와 스타일에 맞는 그림을 그리며, 조건에 맞춰 코딩도 해 준다. 신생 검색엔진 유닷컴은 챗GPT와 유사하게 대화형으로 운영되나 표절을 피할 수 있도록 근거 문서도 각주 형태로 제시해 준다.
이러면 기존 아이디어나 자료 정리를 챗GPT에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 사고에 집중하는 형태로 작업 방식이 바뀔 테다. 글쓰기나 학습이 챗GPT와의 대화 결과에 인간이 새로운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학교의 역할도 인공지능에 둘러싸여 항상 대화를 주고받는 상태인 초연결 사회를 맞춰 달라진다. 표절을 염려하면서 지식의 단순한 전달과 재현을 중시하기보다, 학생이 주어진 자료를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하도록 비판적 문해력을 기르고, 창의성을 북돋는 형태로 변화할 것이다.
정당이나 기업의 경우, 챗GPT를 이용하면 유권자 정보나 소비자 정보 같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거나, 이를 적절히 분석해 그럴듯한 대응 방안이 담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 대민 서비스나 콜센터 업무 같은 고객 서비스가 사실상 자동화하는 셈이다.
사실 보도 같은 기사 작성, 특정 사안에 대한 여론 종합 등도 쉬워진다. 이는 특정 정책이나 사회적 사건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여론에 역행하는 잘못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줄인다. 아울러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전 세계에서 제출된 대안을 폭넓게 검토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므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담은 정책이나 전략으로 미래를 주도할 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챗GPT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답은 어떤 경우에도 창의적이지 않다. 챗GPT는 학습된 문장을 그럴듯하게 내뱉는 것 이상으로 생각할 수 없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힘이 전혀 없다. 챗GPT가 토해낸 콘텐츠에 관한 사실 확인과 인간적 가치 판단은 언제나 필수다. ‘그럴듯함’과 ‘올바름’은 다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잘 정리된 아이디어를 넘어서 사유를 한 걸음 전진시킬 때 비로소 창조성이 생겨난다. 아무리 대단한 인공지능도 전혀 창조적이지 않다. 인공지능을 창조적으로 만드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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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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