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가 배우는 이유

[시니어트렌드]시니어의 자기계발은 현재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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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오랜 지인을 만났다. 한동안 마흔앓이로 힘겨워했는데, 퇴근 후 길을 찾았다. 작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전공하며, 배우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회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잘 풀어낼 수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직업이나 연령, 공부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라는데 특히 시니어세대 참여자가 가득하다. 중문과를 이수하고, 역사학과로 넘어가며 10년 넘게 학교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교수 겸 학생인 경우나 외국인들도 있다. 온라인 강의 참가때도 시스템에 능숙하고 스스럼없이 발표하는 시니어를 볼 때, 앞날에 대한 걱정이 잠시 잊혀진다고 한다.


몇 년전, 일본 최대 여행업체 JTB가 보도자료를 통해 50세 이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중년 이상의 단기 유학' 상품의 판매가 매년 증가한다고 했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2주간 머물며 언어를 배우고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한국도 정년 퇴직 후 스페인, 영국, 미국 등지로 단기 어학연수를 떠나거나 와인이나 원예, 요리 등 취미를 위한 유학이 늘고 있다. 70대를 넘긴 희극인 전유성씨도 TV프로그램인 '유학 다녀오겠습니다'를 통해 영어 한풀이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환갑 넘으신 분들은 남들이 뭐라고 할까 봐 못했던 것, 다 해보라. 우리는 눈치 볼 나이가 아니다. 젊을 때 미뤘던 일들이나 살다 보니까 못 했던 것들을 적어보고 이를 도전하고 즐기라”고 한다.

그동안 성인 교육이라고 하면, 승진 조건을 갖추기 위해 혹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직무교육 시장이었는데, 왜 시니어 세대는 공부하는 걸까? 지난주 선물 받은 미래의 창 '뉴그레이' 책에서 분석한 내용이 있었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시니어 세대는 젊은 시절에서 충족되지 못했던 결핍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욕망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자체가 좋아서 하는 행동들을 포함한다. 자신이 자신다움을 찾으려는 것이다.’ 사실 순수한 배움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의 본능이 아닐까? 동양에서는 공자가 '논어'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일찍이 전해왔다. 서양에서도 프랑스의 수도사 세리트양주는 '공부하는 삶'에서 지적인 일이란 다른 모든 소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본능에 새겨져 있다며, 한평생을 공부하는 것의 즐거움을 전했다. 배움의 영역에 있어서 나이란 사소한 것이다.


일본에는 츠타야(TSUTAYA) 서점이 있다. 어디든 크고 작은 오프라인 책방들이 사라져가는데, 이곳은 예외다. 중국과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하며 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창업주는 말한다. “60세 이상의 인구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일본에서 구매력과 교양을 갖춘 세련된 프리미어 에이지(premier age)인 시니어층의 주목을 끌지 못한다면 궁극적인 위기가 되지 않을까?” 은퇴한 부유층이 살던 한적한 동네 다이칸야마에서 츠타야는 ‘시니어 서점’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한다는 ‘고객 경험 공간’으로 유명해졌다. 시니어의 자기계발 욕구는 늙지 않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했을 때 어떤 성공이 가능한지 나타나는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주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 최고령 박사 학위 취득자, 이상숙 선생(92)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졸업을 앞둔 소회를 물었더니, "특별히 내 나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고, 이 나이에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남들이 인정해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준 데 대해 감사할 뿐"이라고 답한다. 사회학과 졸업 후 계획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묻자, 계속해서 공부하는 것 자체의 매력을 전하며, 소명이 다가올 것이라고 답한다. 여유롭지만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70대에 대학 신입생이 되어, 2학년 개강을 앞둔 모친도 종종 말씀하신다. “딸아, 아무런 보상이 없는 배움은 엄청난 희열과 충만을 누리게 되니까, 네가 아주 나중에 하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하면서 행복한 인생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동안 직장 업무나 집안일로 바빠 미뤄야만 했던 배움의 꿈을 실현할 기회가 주어졌다. 망설였던 일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모델, 요리, 술, 영화까지 배움의 영역은 한계가 없고 시니어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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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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