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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망치 소리가 멈춘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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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인부를 보낼 공사 현장이 없다." 최근 만난 한 인력사무소 대표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그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설경기는 최악이라고 했다. 30년 넘게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단기간에 공사 현장이 줄어든 경우는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나갈 때마다 공사장 안전 펜스 안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차이가 났다. 주택 건설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20~2021년 서울 영등포, 청량리, 수색 등 현장에 나갔을 때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시끄러운 망치(공사) 소리가 이제는 크게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눈에 들어온 공사 현장은 착공한 지 꽤 오래돼 골조를 마치고 층고를 한창 올리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과연 통계로 나타난 수치는 어떨까. 국토교통부의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을 보면 작년 12월 말 기준 통계로 전년 대비 34.3% 급감했다. 수도권이 18만6408가구로 전년보다 37.9% 줄었고, 지방은 19만6996가구로 30.5% 감소했다. 올해 1월과 2월이 미분양 급증에 따른 시장 패닉과 건설 비수기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착공 건수는 더욱 쪼그라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건설업계에서는 착공을 미룬 현장은 그나마 여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가파른 부동산 가격 하락세와 미분양 등으로 돈줄이 막힌 부동산 사업장이 공매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대한건설협회가 파악한 바로는 극심한 자금경색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아예 사업이 중단된 PF(프로젝트파이낸싱) 현장이 작년 말 기준 전국에 최소 32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회원사들이 시공에 참여 중인 PF사업장 231곳에 대한 조사였는데, 이마저도 응답률이 10% 수준에 불과해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현장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형건설사조차 울산 지역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손을 떼는 등 사업에서 중도 하차하는 사례까지 벌어지고 있다.

착공 물량 감소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지을 공공택지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행·건설사들이 높은 금리와 원자잿값 압박에 미래 사업 거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불과 작년만 해도 수 십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작년 12월 입찰 공고를 내고 분양에 들어간 공동주택용지 총 8개 필지 중 2개 필지(인천 검단, 경북 칠곡 북삼지구 아파트 용지)만이 매각 완료됐다. 남양주 진접2 주상복합용지 2개 필지, 군포 대야미 주상복합용지, 구리 갈매역세권 및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용지 등 수도권 유망 택지를 포함한 6개 필지는 신청자가 없어 유찰됐다. 전체의 75%가 안 팔렸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착공이 34% 넘게 줄어들고 사업지가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 산업은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이를 정도로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산업 분야다.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 국가 경제 위기 전반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 지역의 주택 수급도 문제다. 더 늦기 전에 공사 현장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초동시각]망치 소리가 멈춘 건설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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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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