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과 번역학에 기반해 번역의 원리를 설명하고 좋은 번역을 판단하는 기준을 해설한다. 우리말다운 자연스러운 번역문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어를 선택하고 문장을 구상하고 텍스트를 짜는 실무적인 기술을 알려준다. 홀로하는 고된 노동에 자칫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번역가들에게 번역이라는 구체적인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는지 일깨워준다. 번역문만 보고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손쉽게 평가하고 수정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번역에 관심이 있거나 번역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책 한 모금]번역가에게 읽히는 글은 생존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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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다움’은 지금까지 번역에 관한 무수한 조언들을 정당화하고, 때로는 검증가능성을 차단하는 은빛 탄환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한국어의 특성을 살려 번역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것 역시 과유불급이다. 한국어의 문법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겠지만, 이것을 충족한다면 나머지 영역에서는 저자·번역자가 선택할 몫이다. -프롤로그: 원칙과 규범을 의심하라


번역할 때 사전을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말에서나 글에서나 우리가 실제로 사용하고 인식하는 낱말은 단어가 아니라 어휘이기 때문이다. 단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언어의 최소단위’를 말한다. 단어의 의미는 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어휘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휘집’ 안에 패턴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의미 단위를 말한다. 어휘의 의미는 사람들의 언어 사용패턴을 관찰하여 발견할 수 있다. -1. 평화로운 휴양지와 뜨거운 정글: 단어의 의미

책으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은 인간의 지식 중 일부에 불과하다. 전문용어, 은어, 속어, 방언, 다양한 관계와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말투 같은 것은 책으로 배우기 어렵다. 살아있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소스는 언제나 ‘사람’이다. 사람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직접 경험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4. 재미있는 경기와 잘 튀는 공: 사용역과 전문용어


독자에게는 의무가 없다. 읽기 싫은 글,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글, 재미없는 글, 읽을 가치가 없는 글을 굳이 시간 들여 (그리고 돈을 들여) 읽을 필요는 없다. 그래서 저자든 번역자든 자신의 글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쉽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은 선택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습득해야 하는 생존기술이다. -5.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 추상명사 해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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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하는 번역 | 윤영삼 지음 | 크레센도 | 416쪽 | 2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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