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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은 난방비 폭탄…한전·가스공사는 '연봉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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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세종=이동우 기자] 국내 핵심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억대 연봉자'가 빠르게 늘면서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인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한전과 가스공사를 합한 영업손실 규모가 40조원(미수금 포함)에 육박한 상황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비중이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겨울 서민들이 '난방비 폭탄'으로 가중된 가계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에선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이며 사회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아시아경제가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전 및 가스공사의 연도별 수익성 및 복리후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두 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은 직원 수는 총 5004명이다. 두 기업을 합한 전체 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 2만7689명으로 평균 5.5명 중 1명이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두 기업 전체 직원의 18.0%로 2021년(15.4%)보다 억대 연봉자가 2.6%포인트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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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우리 몫', 손실은 '국민 몫'

에너지 공기업을 대표하는 두 기관의 억대 연봉자가 꾸준히 증가한 배경에는 업무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보수 체계가 지목된다. 직무의 난이도와 가치, 수행 능력보다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일수록 자연스럽게 억대 연봉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기본급의 106% 상당의 성과급을 받아 억대 연봉자로 편입된 고년차 직원들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만으로 이미 억대 연봉에 근접한 직원이 상당수라는 방증이다.

이에 따른 문제는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두 기업이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가스공사는 2020년 기준 2000억원에 불과했던 미수금(손실액)이 2년만인 2022년 말 9조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8833만원에서 9357만원으로 5.9% 되레 인상했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높다 보니 성과급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고년차 직원이 실제 받는 금액은 상당한 수준으로,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과실은 내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손실은 오롯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지난해 정부는 전기요금을 1년 전보다 29.5%, 도시가스는 36.2% 각각 인상했다. 한전의 경우 지난해 30조8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영업적자를 메꾸기 위해 올해 전기 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51.6원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와 검토 중이다. 지난해 인상분(kWh당 19.3원)의 2.7배 수준이다. 가스공사 역시 요금을 MJ(메가줄)당 최소 8.4원 올려 2027년 미수금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올 2분기부터 인상 방안을 관계 당국과 논의 중이다. 결국 대규모 손실분을 국민 부담으로 돌려 상쇄하겠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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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부재가 불러온 도덕적 해이

전문가들은 수십조 적자에도 매년 억대 연봉자가 증가하는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이유를 경쟁의 부재에서 찾았다. 특히 에너지 공공기관의 사실상 독과점 체제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적인 사기업에서 고연봉을 지급하는 건 불확실성에 노출된 대가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장 원리"라면서 "경쟁이 부재한 공공기관에서 억대 연봉자가 증가하는 건 독점적 지대를 추구해 과실을 독식하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에 호봉제 급여체계 대신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것 역시 직무 난이도에 따라 보수에 차등을 둬 기존 연공성이 강한 보수체계를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호봉제로 인한 고연봉 근로자의 임금을 성과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도입을 독려해왔지만 2021년 기준 공공기관 350곳 가운데 10%인 35개 기관이 동참하는 데 그쳤다. 여전히 대다수 공공기관이 호봉제에 따른 고임금 체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원 축소 계획의 성공 가능성 역시 미지수다. 산업부는 산하 41개 공공기관 기준 총 4100여명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지만 사실상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어려워 자연 감소분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한전의 경우 전체 인력 중 2.1%(496명)를 감축하는 목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신규인력 채용 등을 통해 오히려 275명 순증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대규모 적자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명분을 유지하는 이상, 방만 경영의 고리는 더욱 굳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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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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