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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에 무슨 일이'…정부가 월동 대책반 꾸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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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질병 진단 516건…전년比 3배 뛰어
이상기온 등 영향…1년 전 78억마리 실종
美정부 '꿀벌 백신' 승인…韓은 걸음마 단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월동 기간에만 국내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가 폐사했다. 이상기온이 온도에 민감한 꿀벌 생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농작물 수분(受粉)을 책임진 꿀벌 개체 수 급감이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해 516건의 꿀벌 질병 진단 의뢰를 받았다. 전년(172건) 대비 200% 급증한 수치다. 2년 전인 2020년(157건)과 비교하면 229% 늘었다. 그만큼 전국 양봉농가에서 꿀벌 질병이 의심되는 사례가 속출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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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생태 교란

꿀벌 질병 의심 사례가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이 유력하게 꼽는 배경은 ‘기후변화’다. 꿀벌이 월동에 들어가는 겨울철 기온이 이전보다 따뜻해져 ‘벌통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상고온과 이상저온이 반복됐던 1년 전 월동기 전국에서 사라진 꿀벌은 약 78억마리로 추산된다. 국내 양봉농가에서 사육 중인 꿀벌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기온이 오르면 질병 발생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꿀벌에 치명적인 기생충 번식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80억마리에 가까운 꿀벌이 ‘실종’됐던 지난해 꿀벌 기생충의 일종인 ‘바오아응애증’ 진단 건수는 76건이었다. 전년에는 1건에 불과했다. 또 다른 꿀벌 기생충인 ‘가시응애감염증’ 진단 건수는 2021년 0건에서 지난해 9건으로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월동기 꿀벌 대량 소실이 확인됐던 지난해 1~2월 바로아응애증과 가시응애감염증이 다수 진단됐다”면서 “월동 준비 시기인 지난해 4분기부터 바로아응애 진단이 다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질병이 아니어도 겨울철 기온이 평년 대비 낮아지면 꿀벌 개체 수는 줄어든다. 이상기온은 여왕벌 산란능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겨울을 봄으로 착각한 꿀벌이 외부로 나갔다가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꿀벌이 월동기에 외부활동을 시작하면 봄철에 쓸 체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수명을 깎는 원인 중 하나다. 박정준 경상국립대 식물의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월동에 들어간 꿀벌이 외부에 나오는 시기가 교란됐다”면서 “올해도 과거와 다른 이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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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위기 촉발할 수도

꿀벌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선 이미 2006년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최초로 보고됐다. 꿀을 찾아 벌통 밖으로 나간 일벌이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애벌레가 떼로 죽는 현상이다. 이후 주요국에서도 꿀벌 실종 사례가 잇따랐다. 영국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 이 같은 현상을 ‘곤충겟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곤충(Insect)과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조어다.


문제는 ‘꿀벌 실종’ 현상이 반복되면 식량 공급망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꿀벌은 100대 주요 작물 중 70%의 수분 작용을 돕는다. 지난해 국내 일부 과수농가가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것도 그래서다. 당시 피해를 입은 과수농가는 사람을 써 인공 수분을 했다. 자연 수분 자체가 어려워서 인건비가 추가 투입돼 수박 등 과일 가격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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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백신’ 등장

이에 미국에서는 ‘꿀벌 백신’도 등장했다. 앞서 미국 농무부(USDA)는 이달 초 세균성 꿀벌 전염병인 ‘미국부저병’ 예방 백신의 조건부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미 이상기온, 전염병 등으로 야생벌 개체 수가 급감해 대부분의 농작물 수분을 양봉농가에서 기르는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꿀벌 백신 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박 교수는 “국내 꿀벌 백신 연구는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문제가 된 꿀벌 질병은 바이러스성이라 미국이 승인한 백신을 활용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다음달 ‘꿀벌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겨울에도 꿀벌 집단 폐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월동 꿀벌 피해 대책반’도 꾸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월동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대책을 낼 것”이라며 “줄어든 꿀벌 개체 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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