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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그날엔…]민정당 살린 '중대선거구제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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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제로 치른 12대 총선 서울 결과는
민정당 득표율 27.6% 신민당은 42.4%
의석은 민정당 13석, 신민당 14석 비슷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2022년 6월 1일 서울 은평구 은평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022년 6월 1일 서울 은평구 은평다목적체육관에 마련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옮기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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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제12대 총선은 한국 정치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치른 가장 최근의 선거다. 그 이후로 28년간 중대선거구제가 아닌 소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렀다. 올해 1월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가 관심의 초점으로 등장했다. 제12대 총선은 중대선거구제로 치를 경우 여야의 희비가 어떻게 엇갈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제12대 총선은 신한민주당(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킨 선거로 정치사에 기록돼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중대선거구제가 전두환 정부의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참패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구세주가 됐다는 점이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출범한 전두환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 문제로 민심의 저항이 이어졌다. 당시 국민은 대통령을 선출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고,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뜻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정치인 김대중과 김영삼이 힘을 모은 신민당은 1985년 1월 창당과 함께 민심의 흐름을 견인했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는 신생정당 신민당의 대약진 흐름이었다.

민정당이 제2당이 되는 장면은 당시 정치 상황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철권통치의 전두환 정부는 그런 결과를 용납하지 않았다. 민정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종용했다.


결국 신민당은 창당 한 달도 되지 않은 1985년 2월12일 제12대 총선을 치러야 했다.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민심의 바람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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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초점은 지역구 선거 결과였다. 당시 선거 제도는 지역구에서 1위를 하는 정당이 전국구(현행 비례대표) 의석 3분의 2를 가져가는 제도였다. 지역구에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지역구 최다 의석은 서울이 갖고 있었다. 서울에 배정된 의석은 28석에 달했다. 서울은 신민당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지역이다.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로 치러졌다면 신민당은 지역구 대부분을 차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제12대 총선은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했다는 점이 변수였다.


서울의 지역구는 14개 선거구였다. 1개 지역구에 배정된 당선자는 2명이었다. 그렇게 14개 지역구에서 28명의 국회의원을 뽑았다. 신민당 돌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역구에서 2위만 해도 당선되는 상황이었다.


이는 선거 결과를 좌우한 중요한 변수였다. 민심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려도 압승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신민당은 서울 14개 지역구에서 출마한 14명의 후보 전원이 당선됐다.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42.4%에 달했다. 다당제 선거였던 제12대 총선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높은 득표율이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2022년 6월1일 서울 서대문구 루마버텍스에 마련된 남가좌제2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2022년 6월1일 서울 서대문구 루마버텍스에 마련된 남가좌제2동 제2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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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당 후보들의 평균 득표율은 27.6%에 머물렀다. 신민당과 민정당은 평균 득표율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만 의석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신민당은 서울 14개 지역구에서 14석을 가져갔다. 민정당은 한 석 모자란 13석을 획득했다. 서울 강남에서만 민정당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강남에서는 신민당이 1위, 민주한국당(민한당)이 2위를 차지했다.


서울 제14선거구(강동구)에 출마한 민정당 정남 후보는 24.4% 득표율에 그쳤지만 당선됐다. 해당 지역구에서 1위를 차지한 신민당 김동규 후보는 무려 55.6%를 득표하면서 서울 지역 후보자 전체 1위 득표율을 올렸다.


하지만 신민당 김동규 후보는 물론이고, 24.4% 득표율의 민정당 정남 후보도 제12대 총선 강동구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중대선거구제가 민정당에 안겨준 마법 같은 선물이었다.


중대선거구제로 치른 제12대 총선에서 민정당은 지역구 87석, 전국구 61석을 얻으며 148석으로 원내 과반 의석 달성에 성공했다. 제12대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신민당은 지역구 50석, 전국구 17석 등 67석을 얻었다.


제12대 총선은 결과적으로 민정당 승리로 끝이 났지만, 역대 총선 가운데 ‘민심의 혁명’으로 손꼽힐 정도로 신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선거다. 제12대 총선 투표율은 84.6%에 달했다. 1960년대 이후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제12대 총선이 지역구 1위 후보를 당선자로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졌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민정당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아찔한 가정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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