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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꼰대의 말과 다정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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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듣고 어떻게 말할 것인가, 관계의 모든 것

[시니어트렌드]꼰대의 말과 다정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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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특별한 달이다. 새해만 되면,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 누구나 금연이나 운동 등 제각기 목표를 세우게 된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소통 잘 하는 법을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말에는 생각과 감정이 담겨있고 좋은 관계를 만드는 토대가 된다. 액티브 시니어의 행복한 인생 3막을 만들어가는 데 괜찮은 출발일 것 같다.


한 금융기관의 은퇴연구소에서 발표한 2018년 한국인의 은퇴준비 지수는 평균 50점대였다. 스스로 각자의 재무실행, 건강실행, 활동실행, 관계실행 지수를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방법이다. 4가지 항목 중에서도 특히 관계실행점수가 낮아 위험 수준이었다. 은퇴 후 여가시간에 대한 계획이 미비하고, 다양한 관계 속 소통 노력이 부족해서였다고 한다.

시니어의 대인관계는 60대를 전후로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지만, 보통 나이들수록 관계의 폭은 좁아진다. 사회·경제적인 역할이 축소되고 사회적 지위와 역할도 달라진다. 먼저, 은퇴하면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하며 과업 위주로 이뤄진 동료와의 관계는 감소하거나 단절된다. 이혼이나 사별과 같은 익숙치 않은 관계의 변화도 일어난다. 부부, 자녀, 부모 등 가족과의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 밀접해진다. 지인과 친구는 자발적 선택에 의해 교류가 발전하기도 하고, 이어지지 않기도 한다.


이때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위한 소통은 더욱 중요해진다. 좋은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경청과 인정이 필요하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아쉽게도 시니어 세대의 화법은 대화와 설교 사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도 ‘꼰대어 월드컵’이라는 콘텐츠에서 단 하나의 정답만을 주장하는 ‘답정너’와 권위적인 ‘상명하복형’, 내가 해봐서 아는데 ‘전지전능형’이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젊은 세대가 중장년 세대와 대화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더 모든 날 모든 순간(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이란 영화에서, 배우 양자경은 부모이기도 하고, 자식이기도 하다. '그녀는 아버지의, 그녀의 딸은 어머니'의 지지와 인정을 갈구한다. 관찰자 시점으로 부모의 속을 짐작컨대, 자식을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런데 겉으로는 원수가 따로 없다. 시시때때로 상처주는 말을 내뱉고 있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약이 되는 쓴소리를 하는데, 이게 너무 쎄다보니 진심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아픔뿐이다. 위에서 양자경의 아버지, 조부모가 배운 것(화법)이 대를 이어 아래로 내려와 그 쓰라림은 깊어진다. 갈등을 풀어내는 서사에서도 결국 ‘사랑해’란 말이 나왔을 법도 한데, 완곡하게 ‘어떠한 상황이라도 너와 같이 있을래’로 표현한다.

대화는 말하기와 듣기다. 상대와의 대화가 어려울 때면 꼭 뒤적이는 책이 한권 있다.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NVC: Non Violent Communication)’다. 그에 따르면, 우리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나쁘다고 규정하는 도덕주의적 판단으로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을 강요하는 말은 ‘타인의 삶을 소외시키는 대화방법’이라고 한다. 비폭력대화의 목적은 솔직함과 공감에 바탕을 둔 인간관계를 형성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의 욕구를 충족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서로에게 무엇을 부탁하고 싶은가 하는 문제라고 한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말을 피하고, 원하지 않는 것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함으로써 ‘긍정적인 행동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있는 것이 참고할 만하다.


오래 살수록 돈, 건강, 관계가 중요해진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좋을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는 올라간다. 21세기의 화두는 다양성과 공존이지만, 아직 저마다의 방식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관심이나 애정이 깊을 수록 더 그렇다. 그렇지만, 관계를 만드는 사람도 바로 나다. 긍정의 언어가 필요하다. 비교하는 말은 아예 접어두자.

장수시대, 세대간 갈등은 심해지고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행복한 집은 대체로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집은 저마다의 불행을 갖고 있다. 밖은 춥다. 상대방의 오늘 하루가 어떤 날이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모두 상냥한 한마디, 친절한 말을 건네는 것은 할 수 있다. 말이라도 따뜻하게 바꿔보는 것이 손해는 아닐 것이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 영역에 있다. 말과 행동으로만 꺼내어 보여줄 수 있다. 좋은 점은, 우리가 언제나 대화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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