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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알파고 애먹인 ‘거봉’ 이야마 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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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일본 바둑의 자존심 이야마 유타 9단. ‘거봉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가 흥미롭다. 2016년, 인터넷 바둑 세계에 은둔의 고수가 등장했다. 그의 국적은 한국. 아이디는 ‘마스터(master) 9단’이라는 기사였다. 알려진 건 그게 전부였다. 성적은 대단했다. 무려 60연승의 대기록을 이어갔다.


세계 최정상급 기사도 쩔쩔매는 절대 강자. 만화의 주인공처럼 은둔의 고수가 세상에 나온 것일까. 절대 강자 정체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했다.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발표로 의혹이 해소됐다. 주인공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새로운 시제품(알파고 마스터).

막강한 기력을 뽐낸 알파고 마스터도 빈틈은 있었다. 이야마와의 대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인간이라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의 나쁜 바둑 모양이 나왔다. 흑돌 9개를 붙여서 정사각형으로 배치하는 등 전체적으로 포도송이와 비슷한 형태였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바둑에서 극단적인 ‘돌의 중복’이라니 초보들도 그런 바둑은 두지 않는다.


한국의 박정환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사진 오른쪽) [사진제공=한국기원]

한국의 박정환 9단과 바둑을 두고 있는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사진 오른쪽) [사진제공=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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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마스터가 이렇게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야마의 수읽기에 말렸기 때문이다. 대국은 알파고 마스터의 승리로 끝이 났지만, 이야마는 가장 선전한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야마는 일본 바둑계 부동의 1위다. 지난 6월 제77기 본인방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야마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본인방 11연패에 성공했다. 조치훈 9단이 갖고 있던 본인방 10연패 기록이 드디어 깨진 것이다.

조치훈이 지닌 일본 바둑 최다승 기록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이야마는 일본 정부가 수여하는 ‘국민영예상’을 받을 정도로 국민적인 영웅이다. 일본 야구의 자랑인 오타니 쇼헤이가 "아직은 이렇게 큰 상을 받을 때가 아니다"라며 고사할 정도로 국민영예상은 권위 있는 상이다. 이야마의 독주는 일본 바둑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너무 오랜 기간 절대 1강 체제가 이어지다 보니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 신진서 등 절대 강자 시대를 마감하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덕분에 기력은 동반 상승했다. 세계 메이저 대회에서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이유다. 반면 일본은 세계 메이저 대회 ‘무관의 굴욕’을 이어가고 있다.


바둑기사 랭킹을 전하는 고레이팅에 따르면 세계 랭킹 1~20위권에는 일본 기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이야마는 랭킹 27위에 불과하다. 일본의 현실은 최근 2라운드를 끝낸 제24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도 드러났다. 5명이 출전한 일본은 전패 탈락의 위기에 몰렸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이야마는 지난달 29일 중국 롄샤오 9단에 269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일본을 3라운드로 견인했다. 이야마까지 무너졌다면 3라운드는 한국과 중국의 양자 대결이 될 뻔했다.


바둑삼국지라는 농심신라면배 명성이 무색하게 일본은 관전자로 전락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야마는 홀로 한국 기사 3명, 중국 기사 2명을 상대해야 한다. 이야마는 농심배의 전설로 불리는 이창호 5연승 신화를 재연할 수 있을까. 첫 상대부터 만만치 않다. 내년 2월20일 3라운드 첫 대국자는 한국 박정환 9단이다.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일본은 바둑 구경꾼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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