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지난10월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바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제보를 받았다며 7월19일 밤 술자리에 간 기억이 있느냐고 묻고는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자리에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음성 변조된 여성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 파일도 틀었다. 첼리스트라는 이 여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원래 김앤장애들 모아놓고 하는 거였는데 한동훈, 윤석열이 다 왔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경호원도 다 있었다. 한동훈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간 데가 갤러리아 골목이다. 자기가 동백아가씨를 부르겠다고 하더라. 연주해달라고. 자기가 아는 노래를 해줘야 좋아한다. 동백아가씨는 윤석열이 했다."
애당초 신빙성이 없는 얘기였다.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는 대통령이 새벽 시간에 수십 명과 어울려 술자리를 갖는다는 것도, 김앤장 변호사 30명이 그 시간에 집결한다는 것도 초현실주의적인 얘기였다. 갤러리아 골목에는 아파트만 있지 그런 술집이 있을 만한 곳이 없다. 그때 한 장관은 "그 자리에 있었거나 근방에라도 있었다면 장관직 등 모든 걸 걸겠다"면서 "의원님은 무엇을 걸겠냐"고 물었지만 김 의원은 아무 것도 걸지 않았다.
몇 주의 시간이 지났다. 하나씩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첼리스트와 김 의원이 술자리 동석자라고 지목한 이세창 씨의 위치정보를 경찰이 확인했더니 그날 밤과 다음 날 아침까지 영등포구와 강서구 일대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밤 시간에 어디 있었는가를 추궁하는 전 남친에게 둘러대느라 했던 말이 녹취돼 본인도 모르게 유튜브 채널 ‘더탐사’에 넘겨지는 바람에 일이 커져버렸다는 정황들도 나온다. 삼각관계와 관련된 정황들까지 당사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록을 통해 알려지고 있다. 진상에 따라서는 어처구니도 없고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최악의 스캔들로 판명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극단적인 유튜브 방송들의 폐해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방송을 내보낸 유튜브 채널은 이전에도 ‘쥴리’ ‘김건희동거설’ 방송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곳이다. 이번에도 "첼리스트가 털어놓은 새벽 3시 ‘술통령과 한동훈의 진실’" "한동훈, 윤석열, 김앤장 룸바게이트, 이것만 보면 정리 끝!"같은 선정적인 내용으로 연일 시청자들을 모았다. 문제는 이런 터무니없는 내용들이 유튜브 세계의 담을 넘어 국회 국정감사장으로까지 진출하게 된 현실이다. 김 의원은 "제보가 있었으니 확인이 필요했다"고 했지만,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국정감사장에서 터뜨리고 보는 것은 국회의원의 책임에 맞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은 "제2의 국정농단에 해당될 만큼 엄청난 사건"이라며 당 차원에서 김 의원을 엄호하며 판을 키우려 했다.
그럼에도 김 의원이나 민주당이나 사과 한번 한 적이 없다. 하필이면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다시 이재명 대표와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 면담 후 사실을 왜곡하는 브리핑을 해서 논란을 빚었다. 반성하지도, 책임지지도 않으니 같은 행태는 태연하게 되풀이된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저작 ‘프라하의 묘지’에 관한 어느 인터뷰에서 음모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역사를 바꾼 큰 거짓들은 내가 알기로 모두 거짓임이 입증됐다. 그런데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어떤 것이 거짓임을 입증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계속 진실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막론하고 여기에는 정치의 책임이 작지 않음을 실감하는 오늘이다. 왜 사과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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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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