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통근지옥 해방일지]⑦"부자는 도심, 빈자는 외곽 거주 안 돼…국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짓겠다"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칸셀 키칠테페 독일 주택·도시개발 및 건축부 차관 인터뷰
"필요에 따라 누구든 도심 거주 가능한 주택 환경 만들 것"

[통근지옥 해방일지]⑦"부자는 도심, 빈자는 외곽 거주 안 돼…국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짓겠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해 12월 새로 출범한 독일 연립정부는 연방 주택·도시개발 및 건축부를 재도입했다. 1949년부터 1998년까지 존재했으나, 1998년 연방 교통부와 통합된 이후 타 부서와 통폐합을 전전하다가 20여년만에 독립 부처로서 위상을 되찾은 것이다. 새 내각은 그만큼 주택시장 안정, 주택공급이 시급한 과제라고 판단했다.


"새 정부는 청년·저소득층이 수용 가능한 주택을 최대한 많이 보급하자는 모토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2일(현지시간) 베를린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50번가에 있는 독일연방정부 사무소에서 만난 칸셀 키칠테페(Cansel Kiziltepe) 주택·도시개발 및 건축부 차관의 말이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독일 주택시장에 공급이 부족했다면서, 이는 임대료 폭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고 했다.

독일연방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대규모 건설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언론사와의 첫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한국의 주택상황, 특히 청년들의 고통에 공감을 나타내며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 한국에서는 주거비용 급등으로 자본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3~4시간씩 통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에선 비슷한 일이 없었나.

▶ 베를린도 사실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청년·취약계층이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나는 건 베를린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했다. 어쩌면 베를린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대도시가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라고도 본다.


--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일단 한국과 독일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자가주택 비중, 세입자 비중이 얼마나 되나?

-- 2021년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10채 중 6채가 세입자 가구이고 4채는 자가거주 가구(통계청 주거점유실태조사)다.

▶ 베를린은 임차인의 도시다. 임차인 비중이 80%를 넘는다. 세입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여럿 마련·보완하고 있다.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도 대체로 세입자가 대부분이다. 부자는 도심에서 살고, 가난한 사람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독일 연방정부는 좌시할 수 없다. 도심 거주수요가 요구되는 사람이라면 부자든 가난하든 중심지에서 살 수 있는 주택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어떤 정책이 있나

▶ 법적으로 세입자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크게 3개가 있다. 먼저 ‘임대료 브레이크(Mietpreisbremse)’다. 2015년부터 베를린에서 시행됐는데, 신규 계약자 보호를 위해 임대료를 표준임대료보다 최대 10%까지만 높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 세입자를 보호하는 ‘월세 상한제’다. 베를린의 경우 3년간 최대 15%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마지막은 주택 개·보수 과정에서의 사각지대를 없앤 것이다. 주택을 개·보수하면 월세 인상 상한을 회피할 수 있었는데, 이 경우에도 8%까지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세입자 보호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월세 상한제의 경우 인상률을 15%에서 11%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주인이 수리할 때 임대료를 올리는 경우에는 현행 8% 상한을 더 낮출 계획이다.


[통근지옥 해방일지]⑦"부자는 도심, 빈자는 외곽 거주 안 돼…국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짓겠다" 원본보기 아이콘

-- 세입자를 위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임대료는 크게 오르지 않았나.

▶ 베를린의 임대료 상승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돼 온 문제다. 2015년 임대료 브레이크 정책이 도입되기 이전까지, 주택시장에는 기존 세입자를 쫓아내고 새 세입자에게 집세를 2배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2015년 입법은 이를 통제한 것이다. 임대료가 그 이후에도 상승한 부분이 있지만, 2~3배 오를 수 있던 것을 정책으로 통제한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했다. 시·국가 보유 주택물량도 통일 이후 오랜 기간 줄어들었다. 자체 추산으로 독일에 전반적으로 임대주택만 200만 가구가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 올해 새로 출범한 한국정부는 270만가구 주택공급 정책을 내놨다. 그런데 이미 포화된 도심, 서울에서 어떻게 택지를 확보할지를 두고 논란이 많다.

▶ 도심 주택공급에서 택지부족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일단 연방정부차원에서 내부적으로 방향을 잡은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국유지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갖고 있는 국유지·시유지에 최대한 많은 주택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직접 삽을 들고 건설을 하는 것은 어렵다. 민간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만 민간이 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운영권을 넘기더라도 소유권은 국가가 보유한다. 즉 민간은 건설만 담당하는 것이다. 대신 국가는 대출 등 금융을 적극 지원한다. 대신 민간은 새로 짓는 가구수의 40%를 임대주택을 포함한 저렴한 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 신규 건축 가구수의 40%를 저렴한 가격에 내놔야 한다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아진다. 신규 건설을 꺼려하고, 자칫하다간 공급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정부가 적자를 강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독일은 물론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분명한 사실은 수익이 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는 주택만이 아니라 유치원, 공원 등 사회기반시설을 지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그럼에도 여태껏 적정한 수익을 내왔다.


[통근지옥 해방일지]⑦"부자는 도심, 빈자는 외곽 거주 안 돼…국가가 더 빨리 더 많이 짓겠다" 원본보기 아이콘

--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지만 베를린 집값은 크게 올랐다. 시민들은 주택 몰수운동까지 벌이지 않았나.

▶ 주택 정책은 시차가 크다. 계획, 허가, 건축, 입주 등 전반에 조율 과정이 오래 걸린다. 특히 여러 공급 정책을 시행하는데 공급률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진 않는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그 사이에 시민들이 분노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몰수가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보진 않는다. 연방정부의 입장은 ‘몰수하기 전에 정부가 건설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몰수는 보상은 물론 법적·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새 건물을 짓는게 더 빠를 수 있다. 정부는 이걸 약속하고자 하는 것이다.


-- 더 빠르게, 더 많이 짓기 위해선 정부 혼자만의 힘으론 역부족일 것 같은데.

▶ 그렇다. 정부·대형 민간 건설사 외에도 주택 정책의 주체에는 2가지 그룹이 더 있다. 연방·주정부가 아닌 가장 작은 단위의 행정기관(Kommunale), 조합원이 직접 자금을 모아 건설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특히 10월 4일부터 새로운 협동조합 지원책을 시작했다. 기초 행정기관과 협동조합이 연대하면 민간자본에 휘둘리는 지역 주택시장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베를린의 경우 구청과 협동조합이 연대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이 25% 가량 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경우는 이 비율이 60%에 달한다. 베를린 또한 이 정도 수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다음 일정이 있던 키칠테페 차관은 다급히 자리를 떠야했다. 그는 마지막 한 가지를 더 기억해달라고 했다. "건설산업도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유럽은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COP21)에 따라 2030년까지 주택건설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50% 감축해야 한다. 그는 "이제 건설도 기후보호에 맞춰가야 한다. 독일은 목조건축, 이산화탄소 제로 콘크리트 등 대안적 재료와 기술을 마련 중"이라며 "기후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베를린(독일)=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