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진단'…"연구실 벗어나 환자 중심으로"
빌 로드리게즈 혁신적 진단기기 재단(FIND) 대표
[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통해 얻은 교훈은 '환자 기반 케어'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환자 중심적 진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빌 로드리게즈 혁신적 진단기기 재단(FIND) 대표는 26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에서 개최된 '세계 바이오 서밋 2022'에 참여해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질병 진단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FIND는 중·저소득 국가의 진단기기 개발과 인증을 지원하는 글로벌 비영리단체로, 2003년 세계보건총회를 계기로 출범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주도 국제협력 플랫폼 ACT-A에 진단기기 분야 총괄 기구로 참여해 해당 분야의 전략 수립과 실무협의 등을 주도하고 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기존의 진단 개념이 '연구실 중심적'이었다고 표현했다. 병원에서 검체를 채취하고, 커다란 분석 기기에 넣어 결과가 나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통보받는 기본 방식이 환자 중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방식이) 환자의 일상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가지 못할 수도 있고, 휴대폰이 없어 결과를 전달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진단의 개념이 달라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진단기기 개발에는 통상 2~3년 정도가 걸리는데, 최초 개발 이후 6개월 만에 신속검사키트가 상용화되는 등 팬데믹이 혁신을 가속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즉, 진단 기술의 혁신이 연구실 중심적이었던 진단 방식을 변화시켰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이제는 본인이 선택적으로 언제, 어떻게 검사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라며 "이것(진단 방식)이 결핵, 말라리아, 당뇨, 심지어 암까지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IND는 이러한 변화가 질병 진단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랜싯 진단 위원회(Lancet Commission on Diagnostics)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7%는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는 100명 중 1명도 진단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접근성 문제가 있다"면서 "약 40억명의 인구가 진단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이유는 진단 자체가 연구소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등한 진단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FIND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유럽 등지의 여러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진단 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해 환자 중심적인 기기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FIND는 SD바이오센서, 바이오니아를 포함한 4개의 새로운 진단 플랫폼 개발에 총 2100만달러(약 299억2500만원)를 투자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이번 방한 목적 중 하나로 한국 기업에 수억 달러를 지원해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한 진단기기를 개발함으로써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서 이들 제품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바이오 기업과 비영리단체인 FIND의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에서 진단기기를 보급하기로 했을 경우, 재원 지원을 통해 수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시장 진입 자체를 도와준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보급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도 수익을 얻지만 중·저소득 국가의 국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분석을 통해 국가 수준에 맞게 진입 가격 상한가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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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D는 국내 보건당국과도 이러한 청사진을 공유했다. 로드리게즈 대표는 이날 오전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만나 국제 공중보건 기여를 위해 진단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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