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영끌 멈춰!" 2030 정조준…역차별·공급 현실화는 논란
청년·서민 위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
내돈 7000만원이면 5억 새아파트 마련
미혼 특공 신설, 추첨제 물량 대폭 확대 등
공급 현실화·세대간 역차별 논란은 과제
정부가 26일 발표한 공공주택 공급계획은 주거사다리 붕괴에 낙담한 2030 청년 민심을 겨냥하고 있다. 저렴한 분양가에 초저금리 지원을 받는 공공분양 주택 50만가구를 5년 내 공급한다. 시세 5억원짜리 주택을 자기자본 7000만원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아울러 청약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됐던 미혼, 1~2인 가구 청년을 위한 추첨제 물량도 늘어난다.
'청포(청약포기)족'을 자처했던 청년층에서는 "환영할만한 조치"라는 평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시장가보다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단기간 내 공급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 "청년층 우대를 놓고 세대 간 역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등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청년, 내돈 7000만원이면 5억 새아파트 마련한다
정부는 2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청년·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주택 50만가구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일단 청년, 신혼부부, 서민 무주택자를 위한 공급물량을 늘린다. 역세권·우수입지 등에 저분양가·저금리로 청년원가주택, 역세권첫집 등 공공분양 주택 50만가구를 향후 5년간 공급한다. 지난 정부 5년간 공급된 14만7000호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양이다. 특히 50만가구 중에서 34만가구가 청년층(19세~39세)에 집중적으로 배정된다.
주택 마련 방법은 각자의 소득, 자산여건, 생애주기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나눔형(25만가구), 선택형(10만가구), 일반형(15만가구)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나눔형은 처음부터 분양을 받되 분양가를 시세 70% 이하로 책정한다. 의무거주기간(5년) 이후부터 공공에 환매 시에는 시세 차익의 70%를 보장받는다. 특히 할인된 분양가의 80%를 장기모기지로 지원받을 수 있다.
최대 5억원 한도 내에서 분양가의 80%를 최장 40년 동안 낮은 고정금리(연 1.9∼3.0%)로 빌릴 수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없다. 이 경우, 시세 5억원짜리 주택은 3억5000만원에 분양하고 이 중 2억8000만원을 대출할 수 있다. 필요한 자기자본은 7000만원에 불과하다. 선택형은 저렴한 임대료로 우선 거주하고 분양 여부는 6년 후에 선택하는 모델이다. 정부는 서울 도심입지, 수도권 공공택지 등을 선별해 올 연말부터 약 1만1000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미혼도 특별공급 신설…추첨제 물량 대폭 확대
청년의 내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해 공공분양·민간주택 청약제도도 개편한다.
공공분양에는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 제도를 최초로 도입해 5년간 5만2500호를 공급한다. 지금까지 특공은 신혼부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다자녀, 노부모 부양자 등 기혼자 위주로 운영해 미혼 청년은 소외된 점을 고려했다.
민영주택에서도 청약 당첨 기회가 대폭 확대된다. 그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의 85㎡ 이하 중소형 평수는 가점제 100%로 공급돼 청년층은 당첨을 꿈도 꾸지 못한 만큼, 가점제 비율을 줄이고 추첨제를 도입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면적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 추첨 60%로 분양하고, 조정대상지역 내에선 60㎡ 이하 주택의 추첨제 비율을 25%에서 60%로 높인다.
"청약통장 다시 납입 시작할래요" 2030 기대감
이번 대책의 최대 수혜주가 될 청년 계층은 대체로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대 직장인 A씨(서울 영등포구 거주)는 "신혼특공에 매번 도전하고 있지만, 매번 탈락해왔는데, 당장에 특공 물량이 늘어나고 대출 조건도 괜찮게 나온다고 하니 더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던 미혼 청년들도 이번 조치를 반기는 모습이다. 30대 직장인 B씨(서울 강서구 거주)는 "1인가구라 청약 당첨 가능성이 사실상 0%라는 걸 알고 납입을 중단한 상태였는데, 추첨제가 새로 생기고 물량도 늘어난다고 하니 납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청년층을 겨냥하고 있으며 그 효과도 적지 않은 것이라 평가하는 분위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 이번 대책에서는 청년층에 대한 공급규모가 큰 점에서 종전과 차별화된다"면서 "목돈이 충분치 못한 (청년)수요층에게 장기 모기지 지원, 임대 후 분양선택 등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역시 수요자에게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팀장은 "주택 공급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 공급 부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낮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특히 시세 대비 70~80% 수준의 저렴한 분양가와 초장기·저리의 정책 모기지를 결합해 청년 및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등 주거사다리 역할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역차별 아니냐" 가점 차곡차곡 쌓아온 중장년층은 '부글부글'
다만 제도 개편이 청년층 우대에 따른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는 기존 가점제 중심 청약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청년층에 대한 배려를 대폭 늘린 것을 두고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결국 기존 무주택자의 '파이'를 일부 줄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청약제도를 믿고 차근차근 가점을 쌓아온 중장년층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4050세대의 경우는 자녀 키워가면서, 노부모 봉양하면서 가점을 차곡차곡 쌓아온 것인데 추첨제로 인해 일부 물량이 줄어들면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6만호 공급 가능할까…부지 발굴·재원 확보 숙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시장가보다 저렴한 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공급물량 50만호 중 이번에 제시한 1만여호를 제외한 나머지 물량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토지보상, 본청약단계에서의 분양가 변동, 입주지연 등의 가능성의 영향으로 인해 (정부의 사전청약 로드맵)은 우려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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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철 팀장은 "선호도가 높은 서울과 주변 수도권에 공공분양 물량으로 36만호를 공급하기 위한 부지 발굴과 재원 확보 등은 남은 숙제"라고 했다. 고준석 대표는 "지금은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인해 매수세가 사라진 상태이지만, 만약 금리가 내림세로 돌아설 경우 시장 진입을 망설이던 일부 수요가 다시 매수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면서 "보다 뚜렷한 공급 플랜이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매수를 망설이던 수요도 매수를 보류하고 안심하고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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