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부터 장사한 즉석떡볶이집
벽에 가득한 낙서…학창시절 추억 떠올리게 해

학창시절 맛과 추억…마포 40년 즉석떡볶이집 '다락' [전진영의 노포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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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주 초반 아직 정신이 주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을 때는 떡볶이만큼 특효약이 없다. 매콤 칼칼한 떡볶이에 땀 흘려주면 슬슬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로제 떡볶이, 크림 떡볶이 등 각양각색의 떡볶이가 나오는 시대지만 분식집 떡볶이 그 맛과 추억은 어디도 못 따라가는 듯싶다. 이런 날에 꼭 가는 곳이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40년 된 즉석 떡볶이집 ‘다락’이다.


1981년부터 장사를 한 다락은 마포가든 호텔 뒤편 떡볶이 골목에 있다. 마포 3대 떡볶이집이 한데 모인 이 골목에는 ‘코끼리분식’, ‘마포원조떡볶이’, 그리고 다락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다락은 2대 사장이 전통을 이어가며, 마포에서 오래 장사한 집에 수여하는 ‘오래가게’ 칭호도 받았다.

다섯 테이블 남짓한 곳으로 규모는 작은 편이다. 벽에는 다녀간 사람들이 손수 적은 낙서가 빼곡하다. 자리에 앉는 순간 학창 시절로 빨려 들어간다. 시험이 끝나면 꼭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시켜 먹으며 컴퓨터 사인펜을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남은 시험 잘 보길, 수능이 대박 나길, 설익은 사랑이 평생 가기를 바라며 썼다.


그 시절 떡볶이가 끓는다. 대표 메뉴인 즉석떡볶이 2인분에는 라면 사리, 튀김 세 개, 계란 두 개, 쫄면이 들어가 푸짐하다. 고추장 맛이 많이 나고 뒷맛은 달큰한 정통 분식집 맛이다. 통오징어 튀김 등 최근의 현란한 튀김에 자리를 뺏겼던 파삭한 야끼만두, 당면이 잔뜩 든 김말이도 있다. 사장님은 감칠맛을 내기 위해 표고 우린 물을 육수로 쓴다.

추억은 절로 사람을 부른다. 게다가 이곳은 소주와 맥주를 팔아 ‘주당 성지’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가게 안에 학생과 직장인이 섞여 있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동네에서 어릴 적부터 이곳 떡볶이를 먹었던 아주머니들이 반상회를 하러 모이기도 한다. 래퍼 사이먼 도미닉과 염따도 찾아 우정을 다짐하는 낙서를 남기고 간 곳이다. 우리도 병맥주를 시켜 나눠 마셨다. 즉석떡볶이에 사이다가 아니라 술을 마시다니, 제법 세상 쓴맛은 다 본 어른이 된 것 같아 우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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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쭌’과 ‘연’은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했고, 민지와 은서, 윤경이는 시험 스트레스를 풀러 이곳에 들렀다. 그 분식집 열여덟짜리 나의 낙서도 여전히 벽 한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힘겹게 지나간 시간은 칼칼하지만, 또 곱씹다 보면 뒷맛은 달큰하다. 기억이라는 것이 그렇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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