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된 가루쌀 품종 '바로미2' 수확현장 르포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 "식량안보 위기 해결할 '신의 선물'…소비 저변 넓히겠다"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북 익산 소재 벼 농가에서 가루쌀 품종 '바로미2'를 수확하기 위해 콤바인을 몰고 있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북 익산 소재 벼 농가에서 가루쌀 품종 '바로미2'를 수확하기 위해 콤바인을 몰고 있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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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익산·군산=손선희 기자] 13일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벼 재배농가 ‘미미농산’. 황금빛으로 푹 익은 벼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를 수확용 콤바인이 경쾌하게 돌아다닌다. 여느 흔한 가을 수확기 풍경이지만, 이 곳에서 자라난 벼는 특별하다. 올해 첫 수확된 가루쌀 품종, ‘바로미2’다.


"저렇게 농사가 잘 되다니…. 정말 신의 선물입니다." 이날 수확 현장을 직접 방문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통통하게 차오른 쌀알 무게를 이기지 못해 고개를 푹 숙인 벼를 바라보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소 가루쌀 생각을 하도 많이 해 꿈에서조차 가루쌀이 나온다는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콤바인을 직접 몰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 농민은 "장관님, 가루쌀이 농민들의 희망입니다!"라고 크게 외쳐 현장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안보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수십년 째 쌀 공급과잉을 놓고 갈등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시국에 취임한 정 장관은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가루쌀을 제시했다. 가루쌀은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된 신규 품종으로, 일반 쌀과는 달리 손으로도 쉽게 으스러져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현재 자급률이 1% 미만에 그치는 밀을 대체할 차세대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전북 익산 소재 가루쌀 재배농가 '미미농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전북 익산 소재 가루쌀 재배농가 '미미농산'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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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확된 바로미2는 지난 6월 말께 심어졌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넉달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일반 벼는 통상 수확까지 다섯 달 이상 걸린다. 정 장관은 "다른 벼들은 한 달 먼저 모내기했는데도 아직 수확할 수 없는 상태"라며 "(수확 후) 빈땅에 다른 작물을 기를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농민들이 (짧아진 수확기간 만큼) 논에 덜 가도 되기에 생산비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가루쌀 확산을 위해 내년 107억원의 예산을 첫 편성했다. 가루쌀과 밀을 이모작하는 농가에게는 월 250만원의 전략작물 직불금을 지급한다. 미리 재배농가 신청을 받아 약 1260곳을 선정했다. 경쟁률이 1.6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농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생산된 가루쌀은 계약재배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시가로 100% 매입할 방침이다. 현재 100㏊ 수준인 재배면적을 2026년께 4만2100㏊까지, 같은 기간 생산량도 500t에서 20만t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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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수요다. 이날 현장 간담회에서는 생산자인 농민조차 ‘소비처인 기업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4대째 영농을 하고 있는 28년차 농부 이승택 미미농산 대표는 "주변에서 바로미를 키워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아 생산은 문제될 것 같지 않은데 소비가 문제"라며 "소비가 돼야 수급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만큼 후속 대책을 꼭 마련해 달라"고 했다. 충남 부여군에서 내년부터 가루쌀을 재배할 예정인 김대남 꿈에영농 대표는 "가루쌀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비싸니 사는 분들이 손을 안 댄다"며 "농민에 대한 지원도 감사하지만, 소비처인 기업에 기회를 주면 가루쌀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지호 전주 우리밀영농 대표도 "소비자가 있어야 재배도 가능하다"며 "가루쌀의 성공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이 맞춰질 때 가능하다"고 힘을 보탰다.

실제 가루쌀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다. 생산자인 농부도 낯선 품종이다보니 재배를 망설이고, 공급량이 적은 탓에 수입 밀에 비해 가격이 두 배 이상 높아 선뜻 소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 전북 군산에서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빵은 모두 가루쌀·우리밀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13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가운데) 전북 군산에서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왼쪽)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윤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빵은 모두 가루쌀·우리밀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사진 : 농식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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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가루쌀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채 상품화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전북 군산의 홍윤베이커리는 6년 전부터 가루쌀과 우리밀로 만든 빵을 만들어 판다. 군산 최초의 제과기능장인 홍동수 홍윤베이커리 대표는 "밀가루 빵에 비해 가격이 약 10% 비싼 편이지만, 손님들의 호응이 좋아 오히려 이익이 많다"며 "가루쌀로 만든 빵은 글루텐이 거의 없어 밀가루 음식을 못먹는 환자나 고령층, 아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안정적으로 가루쌀을 공급받기 위해 농가와 직접 계약재배한 물량을 가져와 쓴다. 가게 한 켠에 아예 쌀 분쇄기를 뒀다. 올해는 약 12t의 가루쌀을 받아 거의 다 소진했다고 한다. 다만 1㎏당 1000~1500원인 밀에 비해 가루쌀은 3500원 수준이어서 여전히 높은 원재료 가격은 고민이다. 홍 대표는 "그나마 계약재배가 아니면 원료를 구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농가도 활로가 있어야 재배할테니 (가루쌀을)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가루쌀의 시장화에 사활을 걸었다. 최근 정부 지원으로 10명의 제빵명인이 가루쌀로 30종류의 빵·제과류를 개발했고 관련 레시피를 내달부터 책자·영상 등으로 전국 관련업계에 공개할 예정이다. CJ, SPC, 하림 등 식품 대기업도 정부 주도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해 가루쌀을 활용한 식품 연구개발(R&D)에 돌입했다. 정부는 올해 수학된 가루쌀 중 60~100t을 이들 기업에 테스트용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정 장관은 "가루쌀은 식량안보를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이제 시작"이라며 "정부뿐 아니라 농가, 관련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가 중지를 모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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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군산=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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