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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퇴근 할래요"…돈보다 시간 선택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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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강요 말라…'정시 퇴근' 필수
"내 회사라고 생각해"라는 말에…"저는 직원인데요?"
책임감 부족 vs 퇴근하기 위해 일 더 열심히 해

시민들로 붐비는 지하철 퇴근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시민들로 붐비는 지하철 퇴근길./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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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 직장인 2년 차 A 씨는 오후 6시가 되면 바로 회사를 나간다. 컴퓨터 전원을 끄는데 10초, 가방을 정리하는데 10초 남짓이다. 인사를 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밖으로 나가기까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A 씨는 "회사에 더 있어도 일의 능률은 똑같다"며 "야근 수당보다 퇴근 후 운동하거나 자기 계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워라밸'과 '근무환경'을 매우 중시하는 MZ세대들에게 소위 '칼 퇴근'은 일상이다. 일각에서는 정시 퇴근이 왜 문제가 되냐고 묻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칼 퇴근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일부 기성 세대들은 '조직원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부서원들이 아직 남아 업무를 보고 있는데, 퇴근하는 행동은 개인주의를 넘어선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20~30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에 큰 관심을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19년부터 지난 5월까지 소셜·온라인 미디어에 등장한 MZ세대의 중소기업 취업과 관련한 데이터 26만 8329건을 분석한 결과 급여보다 워라밸과 근무환경이 27.9%로 더 높게 차지했다. 지난 2019년 MZ세대 구직자의 관심도 자기 성장 가능성이 40.5%로 가장 높았고 근무시간(14.9%)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조사에서는 근무시간이 25.8%로 자기 성장 가능성(21.3%)을 앞질렀다.


이렇다 보니 일종의 세대 갈등으로도 이어진다. 상사가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일 열심히 해"라고 말하면 "전 직원인데요?"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반면 MZ세대는 당연하게 야근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B 씨는 "칼퇴근한다고 해서 일을 대충대충 한다거나 성의 없게 하는 건 아니다"며 "오히려 일찍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많이 보이는 '무심한 듯 보이지만 일을 잘 해내는 K-직장인'의 모습도 있다. 고된 업무를 해내다 경지에 달해 일을 빨리 마치고 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공개한 '한국 기업의 세대 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세대별로 정시퇴근과 업무지시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윗세대는 정시퇴근에 대해 '일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랫세대는 '야근을 당연시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맡겨진 일에 대해 '의무감'으로 일하는 윗세대와 달리 MZ세대는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을 더 중요시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밀집한 건물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밀집한 건물들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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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생인 Z세대도 '정시 퇴근'이 안 되는 회사를 1순위 '취업 기피 회사'로 꼽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1999년생 8353명을 대상으로 2019년과 2020년에 걸쳐 '청년들이 취업하고 싶지 않거나 퇴사의 이유가 될 수 있는 일자리 특징'을 설문 조사한 결과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직장'이 4점 중 2.94점으로 기피 1순위를 차지했다.


근무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직장은 성별·학력에 관계없이 모두 꺼렸으며 뒤이어 ▲불편한 통근환경(2.74점) ▲기대보다 낮은 월급(2.74점) ▲비정규직(2.68점) ▲주 5일 근무가 아닌 직장(2.55점)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지난 2020년 사람인이 실시한 'MZ세대가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 유형' 설문조사에서 '야근과 주말 출근 등 초과근무가 많은 기업'이 31.5%로 1위를 차지했다. 선택한 이유로는 '육체·정신적 건강을 잃을 것 같아서'가 44%, '개인 생활이 없을 것 같아서'가 38.7%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에게 회사란, 평생직장보다는 자기 성장 가능성과 워라밸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는 회사 생활과 자신의 삶을 구분하고, 주도적인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것이 20~30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나타나는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려는 모습이다"며 "회사의 모습과 퇴근 후 모습을 분리하고 회사보다 개인의 삶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회사 업무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취미 생활을 더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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