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방해죄로 처벌 가능하나 고의성 입증해야
민사 소송으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게 유일한 대안

“삼겹살부터 비행기까지” 천태만상 노쇼에 업주들 속앓이만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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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삼겹살 50인분을 주문하고 식당에 방문하지 않은 ‘노쇼(No Show·예약부도)’ 사연이 올라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글 작성자는 지난 18일 부모님의 식당에 오전 9시 50분께 한 남성으로부터 “산악회인데 지금 50명이 산에서 내려가니 생삼겹살을 빨리 준비해 달라”는 전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그 남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고,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그때서야 “남성이 지금 거의 도착했으니 50인분을 차리라고 재차 말했다”면서 “예약금 20만원을 보내라고 했더니 계좌를 물어보고는 다시 잠적했다”고 설명했다.


노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60대 남성이 서울 성동구의 한 김밥집에서 김밥 40줄을 주문한 뒤 잠적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마땅히 처벌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노쇼 범죄는 다양하고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식당뿐만 아니라 항공업계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퍼스트 클래스 급의 좌석들의 경우 이륙 전 환불을 요청하면 전액 환불을 해주는 규정을 악용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이돌 극성팬들이 아이돌이 타는 비행기를 알아보고 해당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를 예매한 뒤 출국장까지 졸졸 따라다니다 이륙하기 몇분 전에 변심으로 안 타겠다며 취소하는 것. 이에 일부 항공사는 위약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자기가 응원하는 영화에 예매만 걸어놓고 관람하지 않는 영혼 보내기도 노쇼의 일종이다. 다만, 비용을 지불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자리를 구매해놓고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타인들에게 똑같이 피해를 주는 행위다.

문제는 이 같은 ‘노쇼족’들의 이후 행태다. 전화기를 꺼놓거나 안 받고, 받더라도 ‘사정상 다른 식당에 왔다’며 당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당 여러 곳에 예약을 걸어두고, 당일 기분에 따라 한 곳을 골라가는 것인데, 식당 입장에서는 전형적인 블랙 컨슈머(악덕 소비자)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정을 개선해 예약 후, 예약 1시간 이전까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예약 보증금을 식당이 전액 가져가게 했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무작정 예약 보증금을 걸기가 모호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씨(35)는 “예약 전화를 받을 때 보증금 얘기를 꺼내면 꺼려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업주 입장에서 예약률이 줄어들 것까지 감수하면서 보증금을 고집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식당가가 밀집한 서울의 한 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서는 노쇼 신고가 한 달에 1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하지만 상습범이 아닌 이상 경찰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이론상으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지만, 업무 방해에는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어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처벌하기가 어려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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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노쇼족을 특정짓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민사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는 게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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