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식기부터 獨 화장지까지…유럽 공장들, 에너지값에 '휘청'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이 프랑스 식기 업체부터 독일 화장지 업체까지 유럽 기업의 제조 공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가스값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에너지 공세’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크게 오른 에너지 가격에 직원 일시 해고, 생산라인 가동 중단 등의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충격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리 식기 생산업체인 프랑스 아크인터내셔널은 최근 직원 4500명 중 3분의 1을 일시 해고하고 식기를 만드는 데 활용되는 공장 내 용광로 9개 중 4개는 유휴 상태로 두기로 했다. 가동을 유지하는 용광로의 경우 종래에 사용하던 천연가스를 디젤로 전환키로 했다. 환경 오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에너지를 택한 것이다. 니콜라스 호들러 아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맞닥뜨렸던 상황 중 가장 극적인 상황"이라면서 "우리와 같은 에너지 집약적인 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아크는 하루에 400만개의 유리잔을 생산한다. 이를 위해 용광로를 24시간 가동한다. 올해 여름 유럽이 전력 대란에 시달리자 아크의 에너지 비용은 1년 전 1900만달러(약 264억원)에서 올해 7500만달러로 4배나 치솟았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여파로 제품 수요까지 줄면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아크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의 다른 공장들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자금 경색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의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은 독일에 있는 용광로를 현재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인 알코아는 노르웨이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제품 규모를 3분의 1가량 줄였다. 심지어 독일의 화장지 제조업체인 하클레도 ‘역사적인 에너지 위기’를 이유로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잇단 공장 가동 타격에 유럽의 7월 산업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2.3% 감소해 2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최근 일각에서 에너지값이 정점을 찍고 하락 추세로 전환, 유럽도 대안을 찾으면서 러시아의 에너지 공세가 한계에 부닥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유럽 기업들이 겪는 현실은 녹록지 않은 것이다.
NYT는 유럽연합(EU)이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한 소비자 부담 경감 대책을 내놨지만, 속도가 더디다는 점을 지적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5일 발전사와 가스·석유 기업으로부터 횡재세 등으로 1400억유로를 거둬 올겨울 에너지난에 따른 회원국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다수의 제조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에너지) 가격은 이미 치솟았다"면서 "수천만의 유럽 기업들은 에너지 가격이 저렴할 때 해둔 계약이 거의 종료가 됐으며 10월 중 현재 가격으로 이를 갱신해야 한다"고 전했다.
독일 동부 튀링겐주에 있는 식기류 제조 업체 에셴바흐포르셀라인의 임원 롤프 프로바인은 NYT에 1989년 이후 독일이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하던 시점에도 살아남았는데, 올해 말 연간 에너지 계약이 만료되면 현재의 6배 비싼 550만유로의 청구서를 받아들게 된다고 어려운 사정을 소개했다. 그는 "그건 우리가 제품 가격을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의미가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 제품을 살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될 것"이라면서 현지 정치인들과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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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직원들을 일시 해고하거나 생산라인을 일부 축소하는 등 조치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루미늄됭케르크는 직원 620명 중 일부를 일시 해고하고 생산량도 20% 이상 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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