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후보지 발표되자 지역서 거센 반발·철회요구
필요하지만 내 집 근처는 안돼…비판만 할순없어
전국 곳곳서도 비슷한 갈등…오세훈표 갈등조정모델 만들길

[시시비비]오세훈의 시험대 ‘상암소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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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파크와 레스피아는 하남과 용인에 있는 높은 전망대와 공원, 체육시설이 들어선, 주민들의 사랑받는 곳이다. 그 밑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다. 유니온파크는 지하에 하수처리시설과 소각시설, 음식물자원화시설, 재활용품선별시설, 생활폐기물 압축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용인시는 5개의 하수처리장을 ‘레스피아(Respia·Retoration+Utopia)’로 명칭을 바꾸었다. 수지레스피아는 기존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체육시설과 공원, 타워를 조성해 ‘아르피아’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당초에는 하수처리장을 지상에 노출된 형태로 만들기로 했다가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타협안으로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공원을 짓기로 한 것이다. 전망대는 하수처리후 남은 가스를 내보내기 위해 설치한 108m 높이다.이 굴뚝을 전망대로 활용한 것으로 경부고속도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서울에는 현재 강남·노원·마포·양천구에 광역자원회수시설 4곳이 있다. 소각 용량이 부족해 하루 1000t 가까이를 수도권매립지에 묻었다. 인천시가 2025년 이후에는 서울·경기 쓰레기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6년 1월 1일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직접 매립하는 것이 금지됐다. 서울시로서는 소각장 부지를 새로 찾든지, 기존 부지를 확장하든지 양자택일의 문제였다.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입지를 공모했으나 신청한 자치구는 없었다. 결국 상암이 낙점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밑그림대로라면 상암소각장은 용인, 하남을 넘어선 마포의, 서울, 한국의 랜드마크가 된다. 기존 소각장을 사실상 지하화한 것으로 배출가스기준은 법적허용기준보다 10배 수준으로 강화하고 그 위에 문화, 관광, 체육, 예술 등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이 조성된다. 지역민들에게는 100억원의 복지기금을 별도로 주고 각종 인센티브(공과금을 감면한다든지)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아마게르 바케’의 경우 소각시설 상부에 스키장을 만들고 벽면에는 암벽장을 설치해 관광명소가 됐다. 오스트리아의 유명 건축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일본 오사카의 마이시마 소각장은 놀이동산처럼 생겼다. 내 집 앞에 지하철이 들어서는 것은 좋지만 내 집 밑에서 공사를 하는 건 반대하고 내 집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것은 좋지만 대형마트 때문에 교통이 정체되는 것은 싫은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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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소각장은 대표적인 혐오·기피시설이다. 필요하지만 내 집 앞은 싫고 반대하는 게 당연하다. 각국 정부와 도시들이 소각장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관광자원화 시키는 이유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구하고 설득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발표 전에 정부나 국회의원, 마포구 등과 사전 논의를 할 수 도 없는 일이다. 대신 주민들이 묻고 있는 "왜 상암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충실하고 소상하게, 납득할 만한 수준의 답을 해줘야 하는 것도 서울시와 오 시장의 의무다. 서울시 말고도 전국 곳곳에서 소각장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오 시장은 사회적 갈등조정·관리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경호 사회부장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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