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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이라는 평가를 받은 칠레의 헌법 개정안이 국민투표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 헌법이 군부 독재 시절에 제정된 만큼 이를 전면 개편하려 했지만 3년 간의 논의 과정에서 일부 국론 분열이 발생, 결국 부결된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국은 이날 개헌 찬반 국민투표 개표 결과 개표율 99% 기준으로 찬성 38%, 반대 62%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효표 과반 찬성이 필요했던 개헌안은 부결됐다.

현행 칠레 헌법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정권(1973~1990년) 시절인 1980년 제정됐다. 이후 몇 차례 개정 됐지만 핵심은 유지됐다. 그동안 여러차례 헌법을 개정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2019년 10월 불평등 개선 촉구 시위를 시작으로 개헌 목소리가 커졌다. 개헌 착수 여부를 묻는 2020년 국민투표에서는 78%가 새 헌법 제정에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번 헌법 개정안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헌법으로 평가받았다. 이 개정안은 '칠레는 사회·민주적 법치국가다. 칠레는 다민족적이며 상호 문화적, 지역적, 생태적 국가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또 원주민 자결권 확대와 양성평등 의무화 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2020년까지만 해도 헌법 개정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선 건 일부 급격한 변화를 담은 조항이 들어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AP통신은 비평가들을 인용해 이 헌법 개정안의 내용이 너무 길고 명확하지 않으며 일부 조항이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헌법은 11개 장 388개 조항으로 돼 있는데, 조항 수는 전 세계 헌법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외신들은 이번 투표 결과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국론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면서 유권자들의 마음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돌아서면서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찬성을 넘어선다는 결과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개헌안 부결로 지난 3월 취임한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보리치 대통령은 개헌을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으나 이번 결과로 속도 조절에 나서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헌법 개정 추진 자체를 완전히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의 분석이다. 보리치 대통령은 결과 발표 이후 TV 연설에서 다시한번 개헌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의회가 여기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5일 칠레 의회 양원 의장과 다른 정당 수장들도 만나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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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국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에 보리치 대통령은 만약에 개헌안이 부결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새로운 개헌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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