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론스타도 만족 못한 중재판정… ICSID 산하 취소위원회 심리 받게될 듯
청구금액 대비 4.6% 인정 판정에 론스타도 불만
120일 내 취소신청 가능해… 1년 이상 걸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의 중재판정부 판정에 정부와 론스타 양측이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산하 취소위원회의 심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1일 법조계에서는 전날 ICSID 중재판정 결과에 대해 '사실상 우리 정부의 승소'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론스타 청구금액의 4.6% 인정돼… 정부 사실상 승소
이번 사건에서는 ▲관할 ▲금융 ▲조세 ▲손해액 등 크게 네 가지 쟁점을 둘러싸고 우리 정부와 론스타 양측의 견해가 대립됐다.
먼저 관할 쟁점은 2011년 발효된 한국과 벨기에·룩셈부르크 간 투자보장협정이 적용될지(시적 관할)와 론스타 청구인들의 당사자적격에 관한 문제였다. 중재판정부는 이 가운데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된 2011년 3월 27일 이전에 발생한 행위에 대해 관할이 없다고 판단,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당사자적격과 관련해서는 과세 대상 투자 자산의 법률상 소유자들인 론스타 청구인들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했다.
다음 금융 쟁점은 2007년~2008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과정과 2011년~2012년 하나금융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부당하게 승인을 지연했는지였다. 중재판정부는 HSBC와 관련된 론스타 측 청구 부분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보장협정이 발효되기 이전에 발생한 행위라는 이유로 관할이 없다고 판단, 론스타 측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외환은행 관련 부분은 국내법에 규정된 매각 승인 심사기간은 권고적인 것에 불과하고,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각종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다는 등 이유로 심사 연기는 정당했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금융위원회가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금융당국의 권한 내 행위가 아니므로, 공정·공평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중재판정부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형사 유죄판결로 인한 책임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매각가격 인하에 론스타 측 과실도 존재했다고 판단, 50% 과실상계를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인하된 매각가격인 4억3300만 달러의 절반인 2억1650만 달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론스타 측 청구 일부인용)
조세 쟁점은 정부가 론스타에 대해 면세혜택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 자의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론스타 측은 정부가 론스타에게 최대한 과세를 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론스타가 국내 고정사업장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나 소득의 실질귀속자 판단 등에 있어 일관성 없는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이 같은 론스타 측 주장을 전면 배제하고 우리 정부의 실질과세원칙 적용 등 과세처분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에 자의적·차별적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들은 조세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실체가 없는 '도관회사'(조세 회피만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라는 정부 측 주장을 수용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손해액 쟁점과 관련 론스타는 약 6조원에 달하는 손해액과 그에 대한 완제일까지의 이자, 기타 중재비용과 함께 앞으로 받게 될 손해배상액에 부과될 수 있는 한국과 벨기에의 세금(약 2조8000만원)까지 청구했지만, 중재판정부는 판정금에 대해 미래에 부과될 세금까지 감안해 판정을 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결론적으로 중재판정부는 금융 쟁점에 대한 론스타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우리 정부 측에 미화 2억1650만 달러(한화 약 2800억원, 1달러당 1300원 기준) 및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을 명했다. 반면 나머지 금융 쟁점 및 조세 쟁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 측 주장대로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없거나 국제법 위반이 없음을 확인, 론스타 측 주장을 기각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론스타 측 청구금액 약 46.8억 달러(약 6.1조원) 중 2억1650만 달러(약 2800억원)에 대해 론스타 측이 승소했고, 나머지 44.6억 달러(약 5.8조원)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승소한 셈이다. 정부가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하고, 4.6% 일부 패소한 것.
이처럼 론스타 측 청구금액 대비 인정된 배상액만 놓고 보면 사실상 정부가 승소한 것이라고 평가하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는 애초 론스타가 요구한 6조원이 터무니없는 액수였기 때문에 2800억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액수로 느껴질 뿐, 이자나 소송비용 등 부대비용까지 합산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이를 국민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만큼 승소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소신청 암시… 론스타도 취소신청 가능성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중재판정부의 판정에 대해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부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한 것만 봐도 절차 내에서 다퉈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그는 "향후 취소나 집행정지절차 등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 단 한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국제투자분쟁 중재 사건은 단심제로 진행된다. 다만 중재 당사자는 중재판정부의 월권,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 5가지 사유 중 하나 이상에 해당될 때 중재판정문을 받은 뒤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단 한 번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즉시 별도의 취소위원회(3명)를 구성해 취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통상 결과가 나오는 데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
대략 취소신청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10~15% 정도인데, 주로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이나 '관할권 문제'로 인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부가 취소신청을 하더라도 배상액이 현저하게 줄거나 배상을 면하게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취소신청과 함께 판정 결과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취소위원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지만 정지 기간 중에도 이자가 계속 늘어나는 부담이 따른다.
한편 론스타 역시 전날 중재판정부의 판정에 대힌 입장을 묻는 한 언론사의 이메일을 통한 질의에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론스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부당행위에 대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구제하면서 부담했던 리스크에 대한,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전체 주주와 한국의 은행시스템에 기여한 부가 가치에 대한 배상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한 취소신청은 양 당사자가 각각 자신에게 불리한 판정 결과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와 론스타 양측이 각각 취소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날 한 장관은 "비밀유지 약정서가 있지만 중재절차 투명성 제고와 알권리 보장을 위해 관련 법령 및 중재재판부가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사건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정에서 중재판정부가 론스타 측 과실을 인정해 배상액을 감경한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2006년 대검찰청 중수부에서 함께 수사했던 '론스타 주가조작 사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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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대검 중수부는 2007년 주가 조작 혐의로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와 론스타 법인을 기소했고, 2011년 유 전 대표는 징역 3년, 론스타는 벌금 250억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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