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반도체 혹한기 뒤의 초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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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자고 일어나면 반도체 얘기다. 총칼 대신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전쟁은 이제 전 국민의 관심사다. 증권가는 미국 주도의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발언을 낼 때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급락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는 춤을 추고 있다. 경기 침체에 인플레이션이 가세하며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늘었던 PC 수요는 감소세로 전환했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 주요 IT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D램 재고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 혹한기’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개월간 줄곧 한파를 얘기하던 월가는 이달 들어 돌연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JP모건은 하반기 D램과 낸드플래시가 모두 약세를 이어가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 쌓아 놓은 재고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낙관론을 꺼내 들었다.

낙관론의 발단은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한 DDR5에 있다. 2000년 처음 등장한 DDR 메모리는 지금까지 PC, 서버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왔다. DDR2가 양산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었다. DDR3는 2007년, 현재 사용 중인 DDR4는 2012년에 양산됐다. 뒷자리 숫자를 바꿀 때마다 소비전력은 낮아지고 용량과 대역폭(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양)은 각각 2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DDR 메모리의 세대 교체 시기는 매번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DDR5 D램이 9년 만에 상용화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난 10여년간 컴퓨팅 시장 경쟁을 주도해온 CPU의 속도 경쟁이 D램 세대 교체로 연산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29일(미국 현지시간) AMD는 데스크톱 PC용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DDR5 메모리를 처음으로 지원한다. 인텔도 오는 9월27일 ‘인텔 이노베이션’에서 차세대 CPU를 선보이며 DDR5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CPU가 마침내 등장하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을 계획 중인 IT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DDR4에서 DDR5로 교체하는 것만으로 소비전력은 줄이고 1개의 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최대 4배, 한 번에 처리하는 데이터양은 최대 2배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은 더딘 현재,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 절감은 과거보다 더 큰 투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간이 하던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AI), 온라인 서비스에 기본으로 활용되는 빅데이터, 앞으로 다가올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와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등 미래 산업의 근간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가 있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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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세대 교체는 사상 최대 수요를 만들어낸다. 반도체 ‘혹한기’가 ‘초호황’이라는 단어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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