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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영화 '한산'속 日 적장은 왜 학익진을 얕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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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막부 창립 이에야스, 학익진 전법 썼다 패배
좌우측면 뚫리면 오히려 적에게 포위당할 위험

[이미지출처= 영화 한산: 용의출현 스틸컷]

[이미지출처= 영화 한산: 용의출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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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중심이 되는 소재는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당시 펼쳤던 진형인 ‘학익진(鶴翼陣)’이다. 이 진형은 마치 학의 날개처럼 적을 감싸 포위하는 진형으로 이순신 장군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전투에서 쓰인 전술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자주 사용했다는 이유로 필승의 전술처럼 굳어졌지만, 정작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정반대로 필패의 전술로 알려져 있다. 17세기 에도 막부의 창립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573년 미카타가하라 전투에서 학익진을 폈다가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실전 경험이 많지 않은 이제 갓 서른 살이던 이에야스는 학익진으로 적군 포위만 성공하면 그대로 승리할 것이라 믿었다. 이에 따라 자신의 군대보다 3배나 많은 적장 다케다 신겐의 군대를 학익진으로 포위했지만 백전노장인 신겐은 오히려 학익진의 약점을 꿰뚫으며 이에야스를 참패로 몰고갔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무적으로 알려진 학익진은 좌우 측면이 뚫리면 역으로 적에게 포위당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는 진형이다. 신겐은 적군보다 3배나 많은 병력을 이용해 이에야스군 진형 중 한 곳을 돌파한 후 적을 역으로 포위해 전멸시켰던 것이다.


이에야스는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타고 도망가다가 바지에 대변을 쌌다고 한다. 주위 부하들이 걱정하자 대변이 아니라 허리에 찼던 된장 항아리가 깨진 것이라고 일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에야스는 이후 이때 학익진을 펼치고 신겐에 맞섰던 일을 객기를 부린 것이라며 반성하고 화공을 불러 참패 이후 자신의 모습을 그리게 했는데, 이것이 ‘우거지상(しかみ像)’이라 불리는 그림이다. 최근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그림을 띄워놓고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산대첩에서 이순신 장군과 맞섰던 적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도 이에야스가 학익진을 폈다가 참패한 일화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학익진의 약점도 알고 있었고, 조선 수군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함선 숫자를 이용해 돌파를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육상전에만 익숙했던 야스하루는 해전과 육상전의 차이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조선 수군의 대포가 갖고 있던 위력도 잘 몰랐다. 야스하루는 결국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에 걸려 집중포화를 맞고 자신 수군의 반도 안 되는 조선 수군에 전멸당하고 말았다.


정작 학익진으로 대승을 거둔 이순신 장군은 영화에서처럼 학익진에만 매몰됐던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전장에서 한 가지 전술만 고집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늘 전장 상황에 맞게 여러 진형을 변형해 사용했고, 병사들이 진형 변화에 익숙하도록 수많은 모의전과 훈련을 늘 이어갔다고 한다.


결국 학익진과 얽힌 이순신 장군과 이에야스, 야스하루의 일화는 장군이 한 가지 필승의 전술에만 얽매일 경우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비단 전장의 장수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도자, 기업의 대표들도 정세가 급변할수록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며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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