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과열·따돌림 걱정" 학부모 반발…학원가는 벌써 대책 마련
7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에 반발 확산
교육·교원·학부모단체들은 용산서 기자회견
유아 인지·정서발달 문제부터 학교 적응 우려도
학원들은 1학년 반 추가 개설 등 준비 나서
학교 내 대면수업 본격화 이후 처음 맞이하는 스승의날을 이틀 앞둔 13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장세희 기자] 교육부가 2025년부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학제개편안을 추진하기로 하자 학부모와 교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데다 아이들의 학교 적응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경제 논리에서 비롯된 정책이라는 점도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36개 단체 개편안 반대 기자회견
사교육걱정없는 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사립유치원연합회 등 36개 단체는 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앞에서 학제개편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만 5세 조기취학은 유아 인지·정서발달상 부적절하며, 학부모들은 의무교육이 시작되는 시점을 본격적인 학습의 시기로 인지해, 조기 취학에 대비하기 위해 영유아단계부터 선행학습을 하는 과잉 사교육 열풍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현재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으로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부모들이 많은 상황에서 만5세 초등학교 조기취학 학제개편은 학부모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사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만5세 초등 입학 추진으로 교육부 장관과 대통령이 교육과정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며 "누리과정, 초등교육과정은 대상자가 달라 교육과정 구성 방향도 다르다. 정부가 유아교육에 진정성 있다면 현재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학부모·교사들도 반대, 현장은 대혼란
18·19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연년생 자녀가 같은 학년으로 입학하면 집에서는 누나라고 하고, 학교에서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며 "수능도 형제자매끼리 경쟁해야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9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놀이터 만 가봐도 나이 서열화가 심각하다. 한 교실에 7~8세를 함께 넣고 12년을 함께 지내게 하는것은 7세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유치원에서 2년을 배우고 온 아이들과 3년을 배운 아이들은 발달차이가 크고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이 주눅들 수 밖에 없다. 어린 아이가 포함된 교실에서 학교폭력도 더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교사로 41년 근무하다 퇴직한 심현희씨(65)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조기입학을 허용한다고 해서 학교장 재량으로 입학을 허용했으나 조기입학한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해 시행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육과정, 수업시수 조정 등이 안 된 상태에서 아이들의 입학을 허용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로 41년 재직한 장규영씨(66)는 "순차적으로 적극 권장한 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때 시행해야 한다"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처럼 몇 년 안에 바뀌고 변화되는 것이 아니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도 대책 마련
강남구 대치동 인근 학원들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과 관련해 최근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치동 소재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1일 "교육부가 전체 연령을 앞당긴다면 유치원생들과 초등학교 1학년생 반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며 "현재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돼 있다. 추후 학부모들을 통해 수요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수 정예와 영재센터도 분주하다. 대치동에 위치한 영재센터는 "현재는 초등학교 4학년 과정까지 선행학습을 마친 초등학생에 한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서도 "교육부가 시범교육을 실시하거나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면 반을 일부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비용이나 취업, 대입 문제가 발목을 잡고 몇년 간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교육부가 결국 학부모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입학 연령을 앞당기기 위해 교원이나 시설을 늘릴 경우 4년 후에 남아도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입학유예를 하지 않는 해에는 최대 18개월~2년까지 차이나는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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