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 수의사가 본 비인간 동물과 인간 동물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병원 안에서, 병원 밖에서 시골 수의사가 마주했던 비인간 동물들과 인간 동물들에 관한 기록이다. 함께 살던 가족의 죽음을 강아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의 죄책감과 슬픔, 괴로움 곁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는 현실의 한편에서 여전히 상품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비인간 동물들이 사는 세상을 저자의 선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사람도 나이 들수록 자주 아프고 의료 비용도 많이 지출하게 되듯 개도 마찬가지이다. 어렸을 때는 아픈 데 없이 건강하니 돈 걱정 없이 마음껏 예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심혈관계 질환, 호르몬 질환 등 전신 질환이 자연스레 찾아온다. 종양이 생기고 관절염이 온다.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어두워진다. 하지만 노화와 질병은 동물의 잘못이 아니다. 그저 나이가 들었을 뿐이다. 노견일수록 건강 검진도 자주 해야 하고, 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인 준비도 미리 해야 한다.
152쪽, 〈다른 병원 가보자〉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동 학대로 의심할 만한 정황을 확인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동물병원에서는 의료진의 신고 의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학대를 입증할 만한 직접증거 자료가 있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것이 동물 학대의 현실이다. 마취 없는 수술을 요구한 것이 학대의 증거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개는 내가 옆에 있으면 죽을 만큼 아파도 참는다”라는 그 남자의 말이 평소의 학대 정황을 강하게 의심하게 한다. 자기를 아프게 하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최소한의 자기방어는 생존 본능이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 아픈데 물지 않는 개는 없다. 하지만 학대받는 개는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을 수 있다.
224쪽, 〈죽을 만큼 아파도 물지 않는 개는 없다〉
사람은 유리창 틀, 문틀이 있는 곳에는 유리가 있다고 인지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반면 새들은 중력 방향으로 떨어지지 않고 날기 위해 시속 40킬로미터에서 70킬로미터로 날아가기 때문에 부딪히는 순간 대부분 즉사한다. 사람이 유리에 부딪히면 투명한 유리의 위험을 배울 기회가 되지만, 새들에게 다음은 없다. 새들에게 유리는 죽음으로 가는 문이다.
250쪽, 〈사라지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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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내리는 날 다시 만나 | 허은주 지음 | 수오서재 | 256쪽 | 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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