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에 일반 에어컨 설치가 가능한가요?"…왜 안되는지 봤더니
개방형 대형 물류센터는 맞춤형 냉방이 효과적
민주노총이 이커머스 대표기업 쿠팡 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물류센터 근로환경이 주목을 받고 있다. 노조는 쿠팡 본사 로비를 점거해 집회를 이어가며 각종 폭염 대책을 요구해왔는데, ‘에어컨 설치’가 1순위 목표다. “노동자들이 휴게시간과 휴게공간이 없는데다 생수 한통으로 9시간을 버틴다”는 주장에 대해 쿠팡은 20일 “개방형 대형 물류센터는 맞춤형 냉방이 효과적이며 수천대의 실링팬과 에어 서큘레이터 등을 설치했으며 정수기도 수천대 있다”고 반박했다. 물류센터에 일반 에어컨 설치가 가능할까. 수십년간 각종 제조현장에 산업용 에어컨을 납품한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경기도에 있는 쿠팡의 한 물류센터. 총 7층 높이의 연면적 13만2231㎡(약 4만평) 규모로 약 1000여명의 직원이 일한다. 축구장 17개 크기라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통상 4만평의 이 물류센터를 일반 집처럼 시원하게 하려면 15평형 에어컨 2666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좌우 사방이 열려 있는 개방형 물류센터는 밀폐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견 에어컨 납품업체 D사 관계자는 “시종일관 뜨거운 바람이 하역장에서 유입되기 때문에 일반 대중이 알고 있는 에어컨을 아무리 많이 구비를 한들 집이나 사무실처럼 물류센터 공기가 차가워 지기 어렵다”고 했다. 냉기를 뽑아내는 냉방기기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는 실외기 열기도 문제다. 에어컨은 앞에서 찬바람이 나오고, 뒤에서 열기를 내뿜는 만큼 냉방기기를 무제한 늘리면 오히려 물류센터 온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하역장을 둔 대형 물류센터라면 모두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 물류센터는 7월 현재 4706곳에 이르며 종사자 수만 8만9827명에 달한다. 2014년~2016년 매년 140~170개의 신규 물류센터가 생기다 산업 성장과 함께 2019년대부터 매년 400~500개씩 늘어난 결과다. 이 가운데 쿠팡처럼 수만평 규모의 대형 물류센터들은 대부분 내외부가 뚫린 하역장을 운영 중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일반적인 가정과 사무실에서의 전체 냉방은 물류센터에서 어렵다고 쿠팡은 설명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 관련 법규에선 고열 작업이 이뤄지는 특수 작업장 외에 물류센터의 냉방기기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현장에 맞는 현실적인 혹서기 대책을 각 기업이 운영하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신 근로자들이 분포한 작업공간을 부분적으로 집중 냉방하는 시설을 사용한다. 실외기가 없어 뜨거운 바람을 내뿜지 않으면서 길다란 덕트를 이용해 특정 구역에 시원한 바람을 집중적으로 내뿜는 이동식 에어컨이 대표적이다. 냉방 보조기기로 시원한 바람으로 환기하는 에어 서큘레이터, 천장에 다는 지름 2.5m의 산업용 선풍기(실링팬)도 단골 시설이다. 또 쿠팡은 공간을 밀폐할 수 있는 직원 휴게실을 물류센터 층마다 두고, 일반적인 에어컨을 구비해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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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쿠팡 노조는 20일에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물류센터 내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회사가 자신들의 요구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며 ‘에어컨 로켓배송’ 행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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