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라이트]세계관 충돌, 최동훈은 친절한 해설사가 됐다
영화 '외계+인' SF·가족·범죄·무협·코미디·공포…
방대한 세계관에 1·2부 나눠 개봉, 통일된 감각은 부재
"한 캐릭터 대사만 서른 번 수정…어린이 드라마 우려 감수"
"인간은 꽤 복잡한 존재…정신병 관한 이야기일 수도"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2015)’…. 최동훈 감독의 영화에는 이야기에 대한 욕망이 넘쳐난다. 정서 전달보다 우선할 정도다. 많은 양을 한정된 러닝타임에 차곡차곡 포갠다. 그래서 쇼트 길이는 짧고 전개 속도는 빠르다.
영화 ‘외계+인’은 편집으로 해결이 불가한 수준이다. 세계관부터 방대해 1·2부로 나눠 개봉한다.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 목소리)가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을 관리하는 2022년 현재. 그리고 도사 무륵(류준열)과 천둥 쏘는 소녀 이안(김태리)이 신검을 차지하려고 애쓰는 고려 말. 시간의 문이 열리면서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된다.
색깔은 한두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뿌리는 공상과학(SF) 판타지. 가족과 범죄가 큰 줄기를 이루는데, 코미디·무협·로맨스·공포 등 다양한 열매를 맺는다. 풍성한 볼거리를 보장하지만 융합된 형태는 아니다. 통일된 감각을 일으키지 못해 현란한 장식성만 남는다.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구석도 전작보다 적다. 시공간이 교차하는 걸 보면서 간극을 메울 필요가 없다. 순서가 뒤섞였는데 경제성도 낮다. 지나치리만큼 친절하게 세계관을 설명한다. 지난 18일 화상으로 아시아경제를 만난 최 감독은 "관객이 복잡하고 생소한 세계관에 쉽게 접근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감독과의 일문일답.
-관객이 시각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상황까지 배역의 입을 빌려 설명한다. 특히 썬더가 그렇다.
▲이야기 흐름이 빨라 관객이 놓치고 지나갈 부분이 많다. 복잡한 세계관을 온전히 이해시키려면 설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외계+인’ 1부를 120번 정도 봤다. 서른 번을 썬더의 대사를 고치는데 할애했다. 장고 끝에 친절한 성격에 무게를 뒀다.
-현재에서 어린 이안(최유리)은 관객과 같은 위치의 청자에 머물지 않는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가드의 비밀을 파헤친다. 자칫 어린이 드라마로 인식돼 사건이 진지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진지해 보이고 싶지 않았다(웃음). 기이하고 생소한 사건이 어린이의 시선으로 나타나길 바랐다. 어린이 드라마처럼 인식될 여지가 생겨도 그게 더 중요했다. 성인 배우가 연기했다면 구현되지 못했을 거다. 관객의 개입 여지도 크게 줄었을 테고.
-다양한 장르 융합과 현재·과거의 연결을 동시에 꾀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전자보다 후자를 더 많이 고민했다. 시간적 흐름을 그대로 따르기 싫더라. 순서를 바꾸거나 구성에 변화를 줘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배가하고자 했다. 여전히 뒷부분에서 미스터리가 풀리는 구조를 선호한다. 대중영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플롯인데, 이 영화에는 잘 어울릴 듯했다. 2년 6개월을 고민한 끝에 밀어붙였다.
-두 시공간의 연결고리가 이안, 자장(김의성) 등의 이동에 불과하다. 특별히 고려 말로 설정한 이유도 찾을 수 없고. 그래서인지 교차편집을 통한 극적 효과가 크지 않다.
▲13년 전 ‘전우치(2009)’를 만들었지만, 현재와 과거가 연결되는 이야기를 더 그리고 싶었다. 기회가 온다면 교차편집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극적 효과보다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하고자 했다. 많은 관객이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펼쳐지는 이유를 궁금해할 거다. 해답은 2부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1부에서는 단선만 제시했다. 현재에서 과거가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고려 말 배경이 1391년이다. 2부에서 이듬해 조선 건국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나.
▲아니다. 1391년에서 이야기는 멈춘다. 고등학교 역사 수업 때 조선이 건국한 해를 1392년으로 달달 외웠다. 1492년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1592년 임진왜란 발발처럼(웃음). 자연스럽게 고려 말을 1391년으로 인식하게 됐다. 영화와 드라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조선 시대만큼은 피하고 싶더라. 그렇다고 통일신라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질감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신선인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이 코미디를 책임지다시피 한다. 대사 자체의 재미는 떨어져도 말을 내뱉는 품새가 다양하다. 우스꽝스러움이 이야기의 민망함이나 부재를 메워주기도 하고.
▲염정아씨와는 세 번째 작업이다. 말맛을 낼 줄 아는 몇 안 되는 배우다. 드라마 연기도 훌륭하지만 순수하게 뒤틀리는 표현을 참 잘한다. 무조건 맡기겠다고 생각하니 막혔던 시나리오가 술술 써졌다. 청운은 흑설의 단짝이 필요해 보여 고안한 배역이다. 조우진씨가 특유의 심드렁한 얼굴을 보여준다면 재미있는 조합이 될 것 같았다.
-외계인과 로봇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던데.
▲전자는 인간과 비슷하면서 무서운 느낌이 나타나도록 설계했다. 입을 막고 싶었다. 무성영화 속 마임 같은 움직임에서 속내가 전달되길 바랐다. 후자는 두 종류다. 가드는 전투형이라는 느낌이 단번에 인식되도록 고안했다. 덱스터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이에 맞서는 붉은색 로봇에는 생경한 느낌과 두려움을 동시에 부여했다. 영국 디자이너 비디 지와 판권 계약을 맺고 제작했다.
-외계인 대다수는 인간의 뇌 속에 갇혀 죽는다. 일부만 인간을 조종한다. 그런데 인간이 이를 인식하는 반대의 상황도 암시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다. 인간은 이질적 존재가 내재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늑대인간이나 하이드처럼 예외도 있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외계+인’은 정신병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인간을 조종하는 외계인이 특출난 능력의 소유자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이 또한 오류가 났을 뿐이다. 인간이 꽤 복잡한 존재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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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성공이 2부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느 때보다 흥행이 절실할 텐데.
▲주위에서 걱정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본다. 그때마다 흥행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가 본격적인 모험극의 시작이다. 그걸 이어갈 수 있느냐는 온전히 관객의 선택에 달렸다. 이 영화의 운명을 겸허히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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