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저자는 죽음으로 이르는 이러한 과정과 그로 인한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노인의학 전문의다. 나이를 먹으며 생기는 물리적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만,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가져오는 심리적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미래지만, 누군가에게는 길고 긴 여행의 마지막 쉼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이 차이를 ‘대화’에서 찾는다. 나이 드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에 대한 거부감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반드시 해야 하는 대화를 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그러한 대화를 시작할 것을 격려하며, 대화를 통해 나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준비하자는 사려 깊은 메시지를 담는다.

[책 한 모금] 공부가 필요한 나이 오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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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21

노인은 그저 우리가 성장한 모습일 뿐이다. 지난 100년 동안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리는 전례 없는 기회를 얻었다. 더 건강해지고 독립성을 유지한 채 이 특별한 행성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기회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이 너무 빨리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 삶이 이렇게 바뀐 것이 불안하기도 하다. 새로 얻은 이 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어떻게 하면 서로 긴밀하고 낙관적이며 공정한 사회를 조성하여 모든 세대가 행복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성취감을 누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p. 45

우리가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바로 그 사람은, 우리가 대화를 시작조차 못 한 사람인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바꾸어야 한다. 더 잘 해낼 수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 하겠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할 거야’라고 해야 한다.


p. 88

“캐슬린 할머니, 뭘 좀 여쭤볼게요. 지금 가장 걱정하시는 게 무엇인가요?”

할머니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를 향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 병상 옆 작은 탁자를 봤다. 은색 액자 안에 들어 있는 흑백 사진 속에서는 작은 배에 탄 한 남자가 한 손은 키에 두고 다른 손으로는 난간을 잡고 있다. 파이프를 물고 있는 사진 속 남자의 머리카락이 물결쳤고, 두 눈은 흥분과 기쁨으로 빛났다.

캐슬린 할머니는 속삭였다.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p. 162

내 환자 중 다수는 자신이 복용하는 약을 심각하게 걱정하면서도 아침마다 오므린 손에 알약을 골라 모아 담고, 차와 함께 급하게 꿀꺽 삼키고, 이 약을 왜 먹는지 궁금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스스로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가족과 요양원 직원이 찻잔 받침이나 작은 플라스틱 컵에 약 한 뭉치를 넣어둔다. 그리고 남편이나 며느리나 돌보미는 달래고 꼬드기며 약을 안 먹으면 어떻게 될지 걱정하고, 약이 어느 면에서건 도움이 될지, 아니면 피해를 줄지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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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루시 폴록 지음 | 소슬기 옮김 | 윌북 | 428쪽 | 1만9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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