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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적들⑭]"교육부 새판 짤 각오로 개혁해야, 파격 지원·부처협업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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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새 판을 짤 각오로 개혁해야 한다. 교육부의 한계는 좁은 시야다. 갑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부처협업과 규제개혁, 파격적인 지원을 꼽았다. 배 교수는 교육정책을 전공한 교육부 출신 학자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는 교육과 인재로 성공한 나라다. 이 작은 나라가 10위 경제권이 된 비결이기도 하다.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정신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너무나 타당한 이야기"라고 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교육부를 질책하며 창조적 파괴를 주문한 것에 대해 배 교수는 "대통령은 질책했지만 한편으로 교육부에 대한 기대이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결국은 교육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관련기사> '개혁의 적들'


-교육개혁 과제의 하나로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이 언급됐는데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부처 협업과 규제개혁, 파격적 지원 세가지다. 교육부가 사회부총리 부처로서 조율과 조정, 협치를 해야 한다. 인재 문제는 범부처 문제다. 국토부가 규제를 풀고, 과학기술부는 재정지원을 하고, 산자부가 기업과 연결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교육부는 획일적인 대학 평가와 4대요건(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기본재산) 등을 개선하는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 교원, 교지, 교사 등을 규제하는 4대 요건도 넌센스다.


줌으로 강의하면 교지나 교사가 왜 필요한가. 지방의 특성화 대학과 서울의 연구대학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맞지 않다. 규제가 족쇄를 푸는 작업이라면 마중물은 바로 재정지원이다. 등록금으로 대학들이 겨우 연명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다. MBA(경영대학원)쪽 교수를 데려오기가 정말 어렵다. 겸직을 허용해야 대학도 우수 교원을 유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교육개혁을 강조했는데 교육부가 가진 한계는 무엇인가.


▲교육부가 교육이라는 좁은 시각, 관점에 갇혀서 세상과 소통을 못했다. 환경변화에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 교육학자 입장에서 ‘산업인력 양성’만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를 등한시했고, 분명히 교육부가 ‘갑’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제도를 다루는 부처의 공통점인데 가부장적인 시혜를 주는 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이 더 이상 숭고한 상아탑에서만 머물러선 안된다. 질책당하거나 외면받거나 소외받게 된다. 미네르바 대학을 만든 벤 넬슨은 전통적인 대학과 다른 차별화, 타당성을 언급했다.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과 삶의 맥락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은


▲전면적인 규제개혁이다. 고등교육 법령은 ‘불신과 규제’의 문법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요즘 20분대짜리 ‘짤강(짧은 강의)’을 듣는데 이것을 배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연구중심 대학만 초일류 대학은 아니다. 1인당 교육비, 국가차원의 교육투자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하다.


인재양성 흐름이 고등교육으로 가고 있다. 국가 교육 투자를 초·중등 위주에서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으로 옮겨가야 한다.


모든 대학을 하나의 틀로 평가하는 것도 대학을 규격화시킨다. 100개 대학이 100가지의 성공모델을 갖는다. 대학도 물론 교육혁신을 해야 한다. 대학도 맞춤형 학습으로 갈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의 꿈, 진로, 흥미에 콘텐츠를 맞춰 나가야한다. 온라인 학습을 도입하고 학사제도를 유연화하는 등 대학도 변해야 한다.


-반도체, AI(인공지능) 관련 첨단학과 정원 확대가 교육부의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여 한계가 명확한데 어떻게 풀어야 하나.


▲탄력적이고 한시적인 정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반도체학과를 대폭 만들어주면 계속 운영되겠지만 10년 지나면 또 산업 트렌드는 바뀐다. 일몰제로 5년, 10년 후에 재평가해서 산업 수요나 트렌드에 맞게 학과 정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미 줄인 정원을 활용하는 것은 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탄력적인 정원 증원을 일몰제로 허용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바이오 시장이 크게 주목받았고 이 분야가 향후에는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산업 인재 수요와 교육 인재 공급 간 미스매치와 격차를 최소화하는 방안은.


▲대학에게 숙명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대학은 축적된 기초학문과 지식을 전달하는 곳이다. 빠르게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다. 국가 수준에서 새로운 인재양성 체계를 디자인해야 한다. 대학은 교양과 기초학문 즉 수학·물리 등 토대가 되는 학문을 가르치고 응용학문의 영역은 대학에 모두 전가하지 말고 다른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교육 공급자 디자인을 체계화해서 멀티캠퍼스 등에서 필요한 강의를 개설할 수 있게 역할 분담을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AI 영역에서도 최고 수준 인재는 몇백명이면 충분하고 중간 수준의 AI+X급 인재가 많아야 한다는 말을 한다. 우리도 기술 수준에 따라 리디자인이 필요하다. 국가 통계 인프라를 갖춰 인력수요 전망이 가능해야 한다. 협치 플랫폼인 ‘국가인재양성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반도체 등 신산업 인재 양성을 위한 교원 확보가 중요한데 대학들이 재정난이 심각해 어려움이 크다.


▲정부의 직접 재정지원과 등록금 규제 완화, 산업계와의 협업, 공유대학 사업 육성이 필요하다. 돈이 있어야 사람에 투자할 수 있다.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산업계와 협업을 위해 교수-기업 간 겸직을 허용해야 한다. 공유대학 사업을 통해 여러 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를 놓고 보면 MIT에서 전문가 100명이 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대 20명, 한양대 20명, 성균관대에서 20명씩 확보하고 있다. 다 묶으면 개설할 수 있는 강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지방대 학생들도 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학점을 인정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지방 소규모 대학들은 통폐합 등 구조조정 수순이라는 오해를 한다.


지방사립대들이 철학과나 국문과 같은 기초학문 전공학과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립대들이 좀 더 공적인 역할을 하게끔 하고, 국립대 교수들도 이런 공유대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끔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학문 연구와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역할과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 배출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잘 조율하는 방법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보면 말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책임감이 있고 영어도 잘하는 아이들을 보내달라고 한다. 대학은 ‘전환가능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직업이 바뀌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가르친다. 기업은 대학을 도와서 심화교육을 하면 된다. 기업들도 대학이 길러낸 인재를 돈 내지 않고 가져다 쓴다. 기업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 계약학과 더 만들고 대학에 강사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기업-대학-정부가 박자를 맞춰나갈 수 있도록 그 역할을 국가인재양성위원회 같은 곳에서 맡아야 한다.


-국정과제에서 고등교육 재정지원 관련 내용은 빠졌다.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학들이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각하지만 등록금 인상은 국민 여론 등 반발도 우려된다. 이 문제도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다. 대학을 규제만 해서도 안되고 지원하면서 채찍질을 해야 한다. 등록금 인상만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5)와 기업 기부금(3), 등록금 재원(2)의 구조로 재정지원 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지방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어려운 대학부터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학에 줄 인센티브가 재정지원이 전부는 아니다. 규제를 푸는 것도 인센티브다. 미국 대학들도 ‘학위’로 장사를 한다. 미국 주립대학들이 온라인 석사과정으로 돈을 번다. 우리도 재직자를 타깃으로 온라인 석사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지방대에 인센티브 줄 수 있다.


‘연구 중심 대학, 즉 논문을 잘 쓰는 교수와 대학만 가치롭다’고 하는 사회의 인식도 궁극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학 평가 지표가 논문이다. 교수의 논문과 교육의 질이 무슨 관련이 있나. 한동대도 초일류대학이다. 한동대처럼 잘 가르치는 대학도 대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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