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원두)이 극성이다. 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비풍토병지역 27개국에서 780건의 원두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지역별 확진 건수를 보면 영국이 207건으로 가장 많고, 스페인 156건, 포르투갈 138건, 캐나다 58건 등의 순이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와 호주, 모로코, 아랍에미리트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등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다행히 아직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고는 들리지 않는다.
원두는 우리가 ‘천연두’라고 부르던 질병의 사촌이다. 유사한 질병이 소에게도 걸리는데, 이것을 ‘우두’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우두보다는 좀 더 천연두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원두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천연두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경험했던 세대들은 원두 역시 허투루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천연두는 마마, 두창 또는 적사병이라고도 불리며 전염력이 강하다. 감염됐을 경우 치명률도 30% 정도로 대단히 높다. 다만 우두를 이용해 에드워드 제너가 개발한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완전히 박멸됐다. 1977년의 마지막 발병을 끝으로 더는 자연적인 발병 사례를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천연두 백신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테러나 전쟁 상황에서 생화학 무기로 쓰이면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천연두는 전염성이 강하고, 또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원두도 천연두만큼 위험할까? 그렇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원두는 사망률이 10%에 이르는 콩고형과 1% 미만에 그치는 서아프리카형이 있는데, 이번에 영국 등에서 보고된 사례는 모두 서아프리카형이다. 완전히 새로운 질병으로 보기도 어렵다. 지난 10년 동안 서아프리카에서 감염이 증가해 온 바이러스 질환으로, 그동안 지역 밖으로 전파된 적이 거의 없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코로나19처럼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이 일어날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상황이 전혀 다르다. 코로나19와 달리 원두는 치료약과 예방약을 이미 가지고 있다. 각국에서 충분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개발됐던 천연두 백신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85%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각국의 비축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생산 및 유통이 이뤄지고 있다. ‘티폭스’란 이름의 치료약 역시 존재한다.
전염력도 코로나19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호흡기 감염은 크게 우려되지 않으며, 특히 인간 사이에서는 전파력이 더욱 약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와 달리 증상이 발현된 후에야 전염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아 확진자 발견 및 격리가 용이한 것도 차이점이다. 만약 원두 전파가 더 심해진다면 백신 접종이 권장될 수 있는데, 대규모 방역이 이뤄진다기보다 원두 감염자와 접촉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접종할 가능성이 크다.
원두 증상은 발진, 열, 두통, 근육통. 림프절 부종 등이며 발진은 얼굴부터 시작해 전신으로 퍼질 수 있다. 감염은 체액 접촉, 원두 피부 상처로부터 오염 등을 통해 일어나므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원두는 우리가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또 대비해야 할 질병이지만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차분히 최선의 대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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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민 과학기술 전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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