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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핀테크 뒤에 숨어 있는 빅테크의 문제를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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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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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한국에서만 은행들이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구글이나 아마존, 애플이 금융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빅테크처럼 금융업 본연의 영역으로 깊숙하게 침투하는 경우는 없다. 아마존이 비자카드를 자신들의 결제망에서 제외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사건은 사실 아마존이 신용카드업이나 페이업에 진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한국 코스트코가 자신의 매장에서 독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지정하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 하겠다.


핀테크들의 창의적인 디지털 금융서비스는 대부분 금융에 특화된 핀테크들이 만든 기술적 혁신이다. 금융위원회가 디지털혁신 사례로 소개해서 유명해진 영국의 핀테크 레볼루트만 해도 투자은행에서 근무했던 금융 전문가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페이팔, 클라르나, 몬조, N26, 누뱅크 등 디지털 금융 혁신을 이뤄낸 대다수 핀테크들은 모두 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에서 출발했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처럼 빅테크가 마치 핀테크 스타트업인양 천사의 가면을 쓰고 몸집을 폭발적으로 키워가는 나라는 없다.

여기서 빅테크는 단지 규모가 큰 핀테크가 아니라,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할 출입구를 지배하고 있는 디지털 게이트키퍼(Digital Gatekeeper)를 편의상 빅테크라고 지칭하기로 한다. 포털의 70%, 메신저의 90%, 검색의 60% 이상을 지배하는, 전 국민이 쓰는 국민플랫폼을 가진 빅테크는 영향력 면에서 이미 초재벌급이다. 글로벌 빅테크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미래자동차, 우주선 개발 등 테크 본연의 영역에서 운명이 걸린 승부를 걸고 있지만 한국의 빅테크는 금융을 통해 신속하게 자산수익화(Monetizing)하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상장 즉시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법적으로 완벽하나 믿음을 저버린 사례가 그 한 예이다.


미국과 유럽은 너무나 거대해진 빅테크를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다양한 규제를 기획하고 있다. 금융을 혁신하기 위해 디지털시대에 맞지않는 낡고 과도한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에 기대가 크지만, 디지털세상을 독점하고 있는 빅테크를 지원이 필요한 핀테크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규제개혁과 디지털혁신의 결실을 극소수 빅테크가 모두 차지해 버리는 지난 5년의 잘못이 반복되고 말 것이다.


뒤늦게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등장했지만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금융선진국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빅테크를 아예 운동장(금융)에 들어와서는 안되는 존재들로 인식하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의 접근통로를 지배함으로써 창의와 혁신을 막고, 겉으로는 은행보다 더 은행같고, 카드사보다 더 카드사 같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머물며 그림자금융을 키워가는 세력은 금융을 포함한 국가경제에 해악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빅테크가 디지털 인프라를 독점하고 언론, 쇼핑, 광고의 독점을 거쳐 금융을 지배하고, 전국민의 데이터까지 손에 쥔다면, 우리 스스로 열린 사회를 향한 최고 빅브라더를 만들게 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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