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여전히 '나몰라라'…허리 휘는 경비원들
"경비원 죽이는 법" 한탄 목소리…하루에 5~6시간 작업하기도
"주민 자발적 실천 중요" 홍보 안내문 배포…주민들은 무관심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준호 기자] "무단으로 버려진 투명페트병을 분리 배출하느라 다른 경비 업무를 못할 지경입니다"
28일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의 356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 이른 아침부터 경비원 박모(70)씨가 경비실을 비운 채 분리수거함 앞에서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일부 주민이 막무가내로 버리고 간 탓에 분리수거 칸에는 투명페트병과 일반페트병, 캔, 플라스틱이 무분별하게 섞여 있었다.
쓰레기장 벽에 '재활용 가능 품목은 품목별로 분리해 배출합시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눈길을 주는 이들은 없고 서둘러 출근길에 오르는 모습이었다.
공동주택(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2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주민의 무관심 속에 관련 정책은 제대로 정착하지 않아 폐기처분된 분위기다.
이 제도는 재활용시장 활성화 등 순환경제를 구축하고자 투명 페트병 안의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압착한 다음 별도로 구분해 버리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어길 시에는 적발 횟수에 따라 1차 10만원, 2차 20만원, 3차 이상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위반자가 아닌 관리사무소가 이를 부담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의 자발적인 실천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한계가 있다.
남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 김모씨(67)는 '경비원 죽이는 법'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이날도 담배꽁초가 가득찬 투명페트병 내부를 깨끗히 비우는 등 분리배출 작업에 여념이 없었고, 손과 옷에는 담배 찌든내가 배겼다.
20~30분 정도가 걸려 이 작업을 마쳤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눈 앞에는 라벨이 떼어지지 않은 투명페트병 더미가 그를 맞이했다.
다시 20분쯤이 흐르자 포대 두 자루 분량의 압축된 투명페트병 정리가 끝났다. 택배 및 주차 관리 등 다른 일까지 병행하다 보면, 생기는 업무적 공백은 어쩔 도리가 없다.
김씨는 "하루에 분리배출을 하는 데 5~6시간을 쏟고 있다"며 "제발 투명 페트병에 음식물 찌꺼기나 담배꽁초를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수요가 늘면서 분리 배출해야 할 쓰레기 양도 늘어 '업무 마비'가 올 지경이라고 한다.
봉선동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가정에서 버려지는 쓰레기가 몇 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특히 공휴일이나 대체휴일에 근무를 서는 날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넋두리를 쏟아냈다.
주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경비원 2명이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김모(68)씨는 처음에 엘리베이터와 1층 공동 현관에 벽보를 붙이는 등 분리배출 전도사'로 나섰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한 한 주민의 "월급 받는 경비원이 알아서 해라"는 호통을 듣고, 묵묵히 뒷처리를 하고 있다. 그는 평균 오전에 2회 오후에 3~4회에 걸쳐 분리배출 작업을 한다.
김씨는 "투명페트병에 내용물이 담겨 있어 악취가 난다는 민원도 들어오고 있다"며 "주민들이 경각심을 갖고 쓰레기 예절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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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구는 아파트별로 공동현관 게시대에 관련 홍보 리플릿을 게시하고, 투명페트병 분리수거함을 배부하며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관계자는 "주민홍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속해서 홍보물을 배부해 널리 알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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