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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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26일 ‘접시깨기’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릇이 깨질까 봐 건드리지 않고 먼지만 쌓이도록 내버려두는 공직사회의 ‘소극행정’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수십년전부터 있었던 논의지만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행태가 여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적극행정’ 제도는 외국과 비교하면 수준이 높은 편이다. 각 기관은 매년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포상과 특별승진, 인사고과 반영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적극행정을 추진하다 과실이 발생하면 면책해주는 제도도 감사원법에 규정돼있다.

한국 공직사회의 소극행정 관행이 제도 탓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관 차원의 포상과 장려에도 적극적인 의사개진과 정책실천을 껄끄러워한다는 뜻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소극행정 문화는 바뀌기 어렵다.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는 배경에는 소신보다 굴복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관행이 있다. 공직사회 구성원들은 정권과 여당에 소신 발언을 했던 관료가 어떻게 난도질당하는지 생생히 목격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김오수 검찰총장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그 예다.

아이러니다. 정치권은 관료의 소신을 듣기보다 비난과 비판으로 꺾어왔다. 그러면서 소신이 필요한 적극행정을 장려한다고 외쳐왔다. 정치권력을 획득한 이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는데 누가 뚜렷한 소신을 가지고 적극행정을 추진하겠나. 공무원들이 ‘잘하기’보다 ‘잘못하지 않기’에 치중하는 이유다.


이러한 관행이 지속되면 산업의 혁신속도가 느려지고 포퓰리즘이 횡행하게 된다. 그릇된 길로 가는 정치권에 제동을 걸려는 관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융이 대표적인 경우다. 금융당국에서는 몇몇 부서에 대해 ‘일하는 동안 사고 안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평가한다. 규제개혁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정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로 몰릴 수 있으니 몸을 사려야 한다는 말이다.


포퓰리즘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법정최고금리를 내리고, 금융지원책을 계속해서 연장하고, 돈을 갚지 못했던 차주의 연체기록을 삭제해줬다. 부작용이 크고 도덕적 해이가 걱정된다는 목소리가 컸다. 대안이야 금융당국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책임자급에 해당하는 관료의 당당한 한마디는 없었다. 청와대와 여당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민간산업과 금융소비자의 몫이다. 뚜렷한 존재 이유를 알기 어려운 철 지난 규제 때문에 신사업 추진이 어렵거나, 모호한 법적 규정으로 투자를 받기 어려운 금융사도 있다. 소비자들은 왜곡된 시장에서 더 불리한 조건으로 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적극행정을 장려하려면 공무원의 소신을 찍어누르기보다 귀담아듣는 정치권의 자세가 먼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기간 수많은 금융정책을 약속했다.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무시하고 강행 돌파한다면 금융권에서 접시깨기는 없다. 먼지만 수북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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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 기자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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