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총 받던 하이닉스, 이젠 SK '1등 공신'
SK 그룹 총자산 증가액 중 40% 기여
출범 당시엔 15조 빚더미 올라서
2년 만에 파산 위기 맞아
구조조정·임금 동결 등 뼈 깎는 자구책 마련
'치킨 게임' 극복하며 글로벌 D램 2위 안착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 재계 2위에 올라선 SK그룹의 도약 배경에는 SK하이닉스가 있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건실한 실적을 내고 있는 하이닉스는 지난해에만 자산 규모가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항상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천문학적인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로 출범했고, 두 차례에 걸친 '반도체 치킨 게임'을 겪으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발표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76개 명단을 보면, SK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삼성(483조9190억원)에 이어 재계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자산총액 257조8450억원에 그쳐 3위로 밀려났다.
SK를 재계 2위로 밀어 올려준 데에는 하이닉스의 공이 컸다. 지난해 SK 총자산 증가액 52조4390억원 중 40%(20조900억원)가 하이닉스에서 나왔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면서 하이닉스도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만 매출 12조1557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이던 지난 2018년 1분기를 넘어선 성과다. 주력 제품인 DRAM(D램)은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점유율을 보유했으며, 미 반도체 기업 인텔로부터 낸드 플래시 부문을 인수하며 사세를 넓히고 있다.
지금은 SK의 주력 기업으로 손꼽히지만, 하이닉스가 언제나 순항해 온 것만은 아니다. 기업으로서 첫걸음을 뗐을 때부터 SK 산하로 들어갈 때까지 하이닉스의 역사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하이닉스는 지난 1999년 LG그룹이 반도체 사업부를 현대전자에 매각하는 '빅딜'을 통해 설립됐다. 이 해에 현대전자라는 사명도 하이닉스로 바꿨다. 그러나 출범 당시에만 15조8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으며, 2년 뒤인 2001년엔 반도체 불황까지 겹치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결국 여러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공동관리가 결정됐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2만2000여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를 1만4000여명으로 대폭 감소하는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하이닉스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증권사 보고서에서 "자구노력이 아닌 외부 지원으로 하이닉스의 생존을 지속시키는 것은 전체 D램 산업,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하이닉스가 계속 존속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 구조조정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하이닉스를 매각하고 공동관리를 조기 종료하려 했지만, 그 과정도 쉽지 않았다. 지난 2009년 효성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다 철회했고, 같은 해 이뤄진 2차 매각 공고에선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업이 없어 불발됐다. 2년 뒤인 2011년 3차 매각 공고에서 SK(당시 SK텔레콤)가 응찰하며 비로소 하이닉스의 매각작업이 완료됐다.
하이닉스의 기사회생 뒤에는 임직원들의 단합된 노력이 있었다. 기업이 채권단에게 넘어갔던 지난 2001년, 하이닉스 노조는 "우리의 자존심과 혼을 담보로 맡기고 세계 최고 품질로 보답하겠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임원 수는 30% 줄었고, 임금도 4년간 동결됐다.
구식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개수해 신식으로 바꾸는 고육지책인 '블루칩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아낀 돈은 모두 연구개발(R&D)과 첨단 장비 증설에 투자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반도체 치킨 게임'도 하이닉스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수요와 생산량 변화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D램 시장 특성상, 반도체 기업들은 시장 지분을 늘리기 위해 극단적인 가격인하 경쟁도 마다하지 않는데, 이를 치킨 게임이라고 말한다. 지난 1995년 20여개가 넘었던 D램 제조업체들은 치킨게임을 거치면서 하나둘 쓰러졌다. 독일 키몬다(2009년), 일본 엘피다(2011년) 등 굴지의 기업들이 파산하는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하이닉스는 살아남았고, 결국 글로벌 D램 시장 2위로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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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이닉스는 내실 강화뿐 아니라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1년 말 인텔의 낸드 플래시 사업부인 솔리다임을 자회사로 편입했고,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다른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인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개발에 성공하는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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