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톺아보기] 개츠비 곡선과 전문직업교육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2012년 1월 앨런 크루거 교수는 의미있는 경제이론을 발표한다. 미국의 한 진보 모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할수록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정리하고 이를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 불렀다. 지난 30년간 미국은 소득 불평등이 커져서 기회의 차별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차별 없는 교육기회 제공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츠비 곡선은 소득 분배와 계층 간 이동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지표다. 노동경제학자이자 오마바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이었던 크루거 교수는 2011년 ‘대대로 이어지는 불평등’에서 마일스 코락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덴마크처럼 지니계수가 낮은 나라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도 계층이동이 가능하지만,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미국에서는 부모의 소득이 대물림돼 계층이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도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이 있었다.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가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한 경우였다. 금년도 서울대 신입생 배출학교 상위 20위 안에는 상대적으로 교육비가 많이 드는 특목고와 자사고·영재고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일반고 출신 입학생 비율은 전년보다 줄었다. 부모 소득에 따라 용은 고사하고 개천마저 말라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양극화 심화는 저소득층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부모가구 70%는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해졌으며 월 평균소득(219만원)은 전체 가구 평균소득(389만원)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여성 가장이 전체 한부모가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그중의 절반가량은 정부의 지원으로 살아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녀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어 가난의 대물림을 근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한부모가구나 여성 가장의 대학생 자녀에 대한 지원은 등록금 범위로 국한되어 있다. 차상위 계층 자녀의 경우 학기당 최대 350만원이며, 소득분위별 차등으로 지급한다. 경우에 따라 근로장학금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근로현장이 위축되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전문직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업을 단념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크루거 교수는 미국의 불평등이 증가하면서 부유한 부모의 자녀들은 성공하기 위한 더 많은 기회를 가진 반면, 저소득층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했다. 양극화를 고착시키고 나아가 사회갈등의 출발이 되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평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늘날 저출산의 영향과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대학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으니 졸업과 함께 취업이 보장되는 자격과 면허를 가질 수 있는 전문직업교육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여성가장 자녀들의 전문직업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여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두 단체와 기업들이 출연한 재원을 바탕으로 전문대학생들에게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근원적으로 심화된 문제 해결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런 노력들이 소득의 불평등이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기회에서 소외된 자녀들이 전문직업인이라는 ‘위대한 개츠비’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어도어 이사회 물갈이…민희진은 대표직 유임 (상보) 김호중 검찰 송치…음주운전·범인도피교사 혐의 추가 [포토] 북한탄도미사일 발사

    #국내이슈

  • 트럼프 "나는 결백해…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버닝썬서 의식잃어…그날 DJ는 승리" 홍콩 인플루언서 충격고백 안개 때문에 열차-신호등 헷갈려…미국 테슬라차주 목숨 잃을 뻔

    #해외이슈

  •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이미지 다이어리]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에겐 울타리' [포토] 시트지로 가린 창문 속 노인의 외침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포토PICK

  •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현대차, 中·인도·인니 배터리 전략 다르게…UAM은 수소전지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 용어]'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내는 엔씨소프트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