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 우려 불식 위해 정교한 정책설정 필요"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코로나19로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배드뱅크(Bad Bank)’ 아이디어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배드뱅크 도입 때마다 불거지는 ‘도덕적 해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교한 정책설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전날 경제분과 업무보고에서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공동 출자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를 만들어서 주택담보대출에 준하는 장기간에 걸쳐 저리로 연체된 대출을 상환할 수 있는 방안을 관련 분과에서 적극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인수위 외에서도 배드뱅크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전날 낸 보고서를 통해 소상공인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소상공인 전용 ‘징검다리 펀드(배드뱅크)’ 조성을 통한 부채탕감 및 채무 재조정을 꼽았다.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도 지난 3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배드뱅크의 성격을 갖는 ‘소상공인 대출 관리기구(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 또는 채권을 매입해 별도로 관리하는 기관이다. 은행 등 금융권으로선 무작정 충당금만 쌓는 대신 매각대금을 받고 장부에서 부실채권을 떨어내면서 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고, 한계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 역시 프로그램에 따라 채무탕감·조정, 이에 따른 부채 상환이 가능해진다. 이같은 배드뱅크는 경제위기 국면마다 도입된 바 있다. 외환위기 당시엔 부실채권정리기금, 카드 대란 때는 한마음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신용회복기금 등이 각각 설립됐다.

배드뱅크 도입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들의 대출규모는 887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가량 늘어난 상태다. 가계대출 보다도 증가폭이 크다. 물론 국내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이자 연체) 비율은 0.50%로 낮은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 평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까지 만기연장·상환유예 혜택을 입은 금융권의 대출규모는 잔액 기준으로 ▲만기연장 116조6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조4000억원에 이른다. 이 대출규모 전부가 부실화 되진 않겠지만, 오는 9월 말 만기연장·상환유예가 종료되면 그간 쌓여온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다만 금융권에선 배드뱅크 도입이 일부 차주들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금융지원 국면에서도 상환능력이 충분한데도 만기연장·상환유예 혜택을 본 차주들이 있었다"면서 "배드뱅크를 설립해 지원하더라도, 상환 능력이 충분한 차주들을 걸러내는 스크리닝 작업이 정교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D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전과 달리 경제성장에 따라 배드뱅크에서 취급해야 할 부실채권의 단위도 커져있는 상황"이라며 "취급하는 부실채권의 단위(금액) 등을 확대하는 등 세밀한 정책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