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S 폐지 수순…2027년부터 정부 주도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전환
전력망 민간 BT 허용·해상풍력 공동접속 도입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도 상임위 통과

20일 충남 LS일렉트릭 천안DC팩토리에 설치된 태양광패널. 강진형 기자

20일 충남 LS일렉트릭 천안DC팩토리에 설치된 태양광패널.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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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생에너지 공급 체계와 전력망 건설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에너지 대전환'에 나선다. 10년 넘게 유지해온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사실상 폐지하고, 2027년부터 정부 주도의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기에 송전망 건설에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BT(Build-Transfer) 방식과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체계까지 법제화되면서, 에너지 전환 정책 전반의 구조 개편이 본격화된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에너지 정책 역사에서 이렇게 큰 제도 변화가 예고된 경우는 흔치 않다"며 "기후부 출범 이후 여야 합의로 에너지 전환 관련 법안을 도출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개편을 담은 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송전망 적기 건설을 위한 전력망 3법(전력망특별법·전기사업법·전원개발촉진법) ▲석탄발전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등이 통과됐다.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의 핵심은 재생에너지 보급 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은 RPS 제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일정 규모 이상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이다.

RPS 의무비율은 2012년 2%에서 올해 15%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발전사들이 직접 설비 투자보다 REC 시장 구매에 의존하면서 현물시장 중심 구조가 고착됐고, SMP(계통한계가격)·REC 가격 변동성에 따라 사업 수익성이 크게 흔들린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기후부는 이를 정부 주도의 장기고정가격 계약시장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RPS와 REC 제도는 올해 말까지만 운영하고, 2027년 1월부터는 발전 용량(GW) 기준으로 보급 목표를 설정한 뒤 정부가 경쟁입찰을 통해 장기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로 일원화한다.


이 차관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이미 10%를 넘어선 만큼 이제는 초기 보급 확대 중심의 RPS에서 벗어나 안정적 장기 계약 중심 체계로 전환할 시점"이라며 "정부가 상한가격을 제시하고 장기적으로 단가를 낮춰가는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REC 보유자에 대해서는 3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REC 시장 거래를 허용하고, RE100 수요기업과의 거래나 장기계약 시장 전환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사업자 보호 장치도 마련한다. 일정 규모 이하 태양광·풍력 사업자들은 별도 입찰시장을 통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해 대규모 사업자와의 직접 경쟁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재생에너지 투자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RPS 개편으로 REC 현물시장 의존도가 줄고 장기 계약 기반 수익구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민간발전사 의무를 '목표관리' 수준으로 완화한 점 등을 들어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력망 분야에서는 민간 참여를 허용하는 BT(Build-Transfer) 방식이 도입된다. 민간 사업자가 송전망 일부 구간을 건설한 뒤 준공 후 한전에 소유권을 넘기는 구조다.


이 차관은 "AI 산업 확대와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망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한전 혼자 모든 송배전망을 적기에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 역량을 활용해 병목 구간을 신속하게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간 참여를 두고 제기되는 '전력망 민영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BTO(수익형 민자사업) 방식이 아니라 BT 방식으로, 소유와 운영은 모두 한전이 맡는다"며 "민간은 건설 후 정산만 받을 뿐 전력망 운영권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경쟁입찰과 수익 상한, 패널티 제도를 도입해 과도한 수익 발생 가능성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공동접속 설비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도가 도입된다. 여러 해상풍력 단지가 각각 송전선을 연결하는 대신, 공동 접속망을 구축해 비용과 전력망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SPC에는 한전과 유사한 '전원개발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토지 수용과 민원 협상 권한도 부여한다.


석탄발전 폐지와 관련해서는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이 상임위를 통과했다. 정부는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지만, 지역경제 위축과 고용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발전사업자가 폐지 계획과 대체 산업, 계통 활용 방안 등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전력거래소와 기후부가 종합 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자 재취업·직업훈련과 지역 대체 산업 육성 지원 근거도 포함됐다.


다만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일부 석탄발전소는 비상 상황 시 한시적으로 활용 가능한 '안보 전원'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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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관은 "호르무즈 해협 같은 초크포인트 리스크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후 대응이 아니라 국가 안보 전략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며 "그동안 에너지 전환 목표만 있었지 이를 실행할 제도적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법안들은 전환을 실제로 견인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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