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패싱에 법무·검찰 당혹… 대검만 정상대로 보고 진행
‘檢 독립 예산 부여’등 尹 공약 찬성… 김오수 "꼼꼼히 확인하라" 주문

인수위, ‘법무부 업무보고’ 거부… 대검 "수사지휘권 폐지" 단독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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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가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의 예산 독립권을 반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대검찰청의 업무보고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인수위는 24일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과 권상대 정책기획과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대검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에 독립 예산 편성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확대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법무부와 대검은 함께 업무보고를 할 계획이었지만, 인수위는 법무부가 대검의 의견을 취합, 정리해 보고하게 되면 대검의 의견이 왜곡될 수 있다며 업무보고를 따로 받겠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업무보고는 이례적으로 법무부와 대검이 따로 각각 1시간씩 PT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인수위가 법무부 업무보고를 전격 유예하면서 대검만 단독으로 보고가 이뤄졌다.


인수위가 법무·검찰 업무보고를 2시간 남짓 앞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법무부 업무보고를 유예하면서, 법무부와 대검은 혼란에 빠졌다. 인수위가 해당 부처의 업무보고를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처음 있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며 "모든 결정 권한이 인수위에 있으니, 인수위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업무보고에서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돼야 하고, 검찰의 독립적 예산편성권을 보장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확대와 관련해서도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이후 사건 처리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실체 규명에도 애를 먹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인수위 업무보고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무부와 대검이 따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자, 지난 18일 자신의 재가를 거쳐 법무부에 보낸 보고서를 다시 수정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검이 독자 보고를 하게 됐으니, 보고 내용을 세세하게 다시 살피고 다듬으라는 주문을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의 어색한 기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취임 이후 교체가 확실시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수사지휘권 폐지 불가론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박 장관과 김 총장은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의 권한과 직결된 사안에 대해 박 장관은 문재인 정부 기조인 ‘검찰 힘 빼기’를 밀어붙이고 있고, 김 총장은 검찰의 권한 확대를 위해 반기를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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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는 일정을 조정해 오는 29일 전에 법무부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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