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정점을 향하고 있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둔화는 물론 미국·유럽 주요국의 경기 침체도 장기화할 조짐이다. 로렌스 서머스는 미국 경기 침체의 원인을 총수요의 ‘구조적 부족’에서 찾고 장기 정체론을 제기했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시대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팬데믹은 자동화와 디지털전환을 가속화해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탄소중립은 원자재값 상승과 이로 인한 기업부담과 물가인상 등을 연쇄적으로 가져올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가장 빠른 한국에서 고령자는 100세 시대를 대비해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 경제는 더욱 많은 재정투입, 사회안전망 강화, 투자촉진 등과 같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혁신성장 정책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항공우주, 기후위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미디어·콘텐츠, 스마트제조 등이 있다. 그런데 혁신성장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지식재산’이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았던 선진국과 패권을 쥐어본 국가의 수반은 항시 지식재산을 강조한다. 지식재산이 패권국 성장전략에 있어 중요한 키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엔진인 증기기관은 프랑스가 먼저 개발했지만 제임스 와트에게 특허권을 부여한 영국에서 꽃을 피웠다. 특허와 상표, 저작권, 영업비밀은 신기술, 서비스, 창의적 콘텐츠 자체이거나 그 핵심이다.
미국은 2008년 백악관에 ‘지식재산 집행관(IPEC)’을 설치해 조정기능을 강화했으며, 최근에는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통합·관리하는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의 중심에 혁신기술이 있다는 점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또한 지식재산을 우선 과제로 다루고 있다. 현재 중국과의 패권 다툼의 시작점도 지식재산권 침해였다. 일본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경제안보전략’을 중점과제로 삼고 지식재산을 전략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을 추진 중이다.
지식재산은 혁신산업과 한 몸으로 산업정책과 따로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과학기술, 창작, 산업, 비즈니스, 그리고 지식재산을 별개로 취급했기에 정책 효과를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는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나 무인정찰기, 스마트폰, 그리고 수천 번의 붓질로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세밀화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시대사조가 됐지만 우리는 여전히 설익은 체계 속에서 융합을 말하고 있다.
엔데믹 시대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세계 혁신 5위 국가인 한국 위상에 맞는 지도자의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과 적극적 지지가 필요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는 새로운 생산의 3대 요소로 사람·아이디어·재료를 제시하고 기술혁신과 지식재산권 제도를 경제성장을 위한 기반으로 언급했다. 국가경제의 기초체력인 지식재산은 당면한 위기의 극복을 돕고 대한민국 기술·문화 영토의 확장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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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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