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 민주당에 결집한 20대 대선
정치권, 지방선거 앞두고 구애 총력
"실망스런 모습 보여주면 다시 이탈" 여성 유권자들 경고
전문가 "당장 움직임 없겠지만…미래엔 파급력 클 수도"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당시 기표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 당시 기표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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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0.7%포인트(p)의 접전 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한 제20대 대선 이후 이른바 '이대녀(20대 여성 유권자)'가 주목받고 있다. 예상과 달리 이들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막판 결집'하면서, 민주당의 선전을 가능케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대녀가 앞으로의 선거 지형을 바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이대녀 결집'의 수혜를 입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20대 여성의 지지를 확보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선제 시행 후 최소 표차…초접전 펼친 20대 대선

지난 10일 개표 완료된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인은 총 1639만표를 얻어, 이 전 후보의 1614만표를 0.7%p(24만7077표)로 꺾고 당선됐다.


0.7%p는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의 표차로, 그만큼 이번 대선이 치열한 '박빙 선거전'이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에 젊은 여성이 이 전 후보에게 결집한 게 이번 초접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개표에 앞서 공개된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공동 출구조사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20대 여성 득표율은 33.8%로 집계된 반면 이 전 후보는 58.0%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20대 전체 득표율은 윤 당선인이 45.5%, 이 전 후보가 47.8%로 이 전 후보가 근소하게 앞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표차는 0.7%포인트로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소 표차였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표차는 0.7%포인트로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소 표차였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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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SBS 개표 방송에 출연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당시 "저도 (초접전 대선을)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놀라움을 표하면서 "20대 여성이 대거 빠져나갔다. 세계 여성의 날에 여성가족부 폐지, 성평등 예산을 빼서 사드(THAAD·고고도방어체계)를 사자고 하는 건 (여성 유권자에게) 현실적 공포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녀' 잠재력에 정치권 들썩…지방선거 앞두고 구애 총력


비록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예상 밖 선전'을 펼친 민주당은 벌써 '이대녀' 구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13일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공동위원장은 디지털 성착취물 제작·유포 범죄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취재한 '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공동위원장은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싸워왔다"며 "앞으로 성범죄대책, 여성정책, 사회적 약자와 청년 편에서 정책 전반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화답도 이어지고 있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쓴 글에서 "민주당 서울시당의 온라인 입당자가 1만명이나 되고, 이들 중 70~80%가 2030 여성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2030 여성들이 민주당을 바꾸기 위해 입당하고 있다. 선거기간 약속한 성평등, 통합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도록 기꺼이 동지로 함께 해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 사진=연합뉴스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13일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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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녀 표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정당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새 여당 자리에 오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성 유권자의 반대가 심한 공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5선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 다시 들여다보자. 차별, 혐오, 배제로 젠더의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은희 국회의원 당선인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라며 "여성은 아직도 도움이 필요하고 여성의 안전, 저출산 문제나 가족 문제를 어느 부서에서는 해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우리는 더이상 야당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정책을 적극 지원해 국정운영의 안정을 가져와야 할 책임이 있지, 대통령 선거 공약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은 가볍게 하지 말아달라"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선을 끝까지 완주한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를 향해서도 여성 유권자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심 전 후보는 2.37%의 저조한 득표율로 이번 대선을 마무리 지었으나, 정의당은 지난 10일 새벽까지 약 12억원 규모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하는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하는 심상정 전 정의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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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이동연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성평등 사회가 퇴행할 수밖에 없다는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2030 여성 유권자들이 심 후보를 찍지 못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심 후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과 다당제 연합정치로 나아가달라는 열망이 담긴 소중한 후원금"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이대녀들이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을 막기 위해 민주당으로 결집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정의당을 응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지 얻으려면 잃어버린 신뢰 복원 먼저" 여성들 한목소리


민주당, 정의당은 물론 국민의힘까지 이대녀를 의식하고 나서면서, 오는 6월에 열릴 예정인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젊은 여성 유권자를 향한 정치권의 구애는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젊은 여성 유권자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전에, 먼저 정당들이 신뢰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직장인 A씨는 "이번 대선에서 젊은 여성들이 민주당을 찍어준 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의힘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기에 어쩔 수 없었던 것뿐"이라며 "저나 제 주변의 친구들도 다 비슷한 마음이었다. 여전히 여성은 민주당을 완전히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근조화환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자, 박 공동위원장은 "국민 앞에 또 한 번 면목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부친상에 근조화환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자, 박 공동위원장은 "국민 앞에 또 한 번 면목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사진=박지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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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고위공직자 성비위 문제가 터졌을 때 '피해호소인' 운운하는 등, 여성 인권에서 민주당이 다른 정당보다 실질적으로 나았던 적은 없지 않나"라며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 직함을 그대로 달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근조 화환을 보내 논란이 터졌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 여성 표는 다시 이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성 회사원 B씨(27)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여성혐오적이라고 생각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도 있고, 또 사실상의 양당제에서 국민의힘을 견제하려면 민주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 전 후보를) 찍었을 뿐"이라며 "잃어버린 신뢰를 되살리지 않으면 이번 대선 같은 결집은 없을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젊은 여성 유권자들이 당장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미래의 선거에서는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대선 때 20대 여성 유권자들이 예상외의 결집을 보여주면서 정당들이 이들의 지지를 끌어 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몇개월 뒤에 지방선거가 있지만, 당장 젊은 층 유권자들이 이렇다 할 뚜렷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지방선거는 일반적으로 2030 세대가 관심을 보일 부분이 적고, 투표율도 낮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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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래에 다가올 또 다른 총선·대선 등에서 이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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