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지방노동청장 '사퇴 촉구' 스티커 450장 청사에 붙인 민노총 관계자들 유죄 확정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지방고용노동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청사 건물에 스프레이형 접착제를 이용해 사퇴 촉구 내용이 담긴 피켓과 스티커 수백장을 붙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간부들에게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 유죄가 확정됐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피켓이나 스티커 등을 부착한 행위가 청사 건물의 효용을 해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청사의 미관을 직접 해친 데다가 유리창의 가시성을 방해하거나 청사 게시판을 가리는 등 직접 건물의 효용을 해쳤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공용물건손상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본부장 A씨 등 5명의 상고심에서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용물건손상죄에서의 '손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 본부장 A씨와 수석부본부장 B씨, 사무처장 C씨 등은 과거 고용노동부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불법파견 여부 감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던 권혁태 전 서울지방노동청장이 2018년 7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으로 취임하자 권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지속적인 집회를 개최했다. 권 전 청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직원 불법파견을 은폐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돼 2020년 무죄를 확정받았다.
A씨 등은 2018년 9월 19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집회를 하면서 미리 준비한 '권혁태 OUT'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 약 300장을 청사 입구 유리와 벽면 등에 부착해 청사 건물을 손상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권 전 청장이 면담 요청에 아무런 답변이 없자 2018년 10월 11일 오전 노조 간부들을 모아 청장실을 기습적으로 점거한 뒤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주거침입), '권 전 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스티커 수십장을 청장실 벽면과 기물 등에 붙이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노조원들과 함께 권 전 청장 항의면담 관련 지지집회를 열고 권 전 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힌 스티커들을 청사 창문 유리와 입간판 등에 부착했다. 또 청사 관리자가 정문 펜스를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문 펜스 쇠사슬을 절단하기도 했다.
A씨는 2018년 8~9월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한 집회 주최자로서 집회 과정에서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게 한 혐의(집시법 위반)도 받았다.
또 2020년 6~7월 대구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집회 금지 통고를 받고도 집회를 강행해 대구시장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집회 제한 조치를 위반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 관련자들의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 유죄를 인정,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500~700만원의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에서는 청사 건물 등에 피켓이나 스티커를 붙인 행위로 인해 건물의 효용을 해쳤는지가 쟁점이 됐다.
형법 제141조는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상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공무소로서의 역할과 기능, 인상을 결정짓는 여러 요소 중 청사의 미관도 독자적인 역할을 하는데 피고인들의 행위로 청사의 미관이 직접적으로 저해됐고 ▲ 피고인들이 부착한 스티커나 피켓의 양이 청사 정면의 통유리의 가시성의 기능을 방해할 정도로 많았고, 그 중 일부는 게시판의 게시 내용, 외벽 기둥에 부착된 안내표지 등을 직접 가려 가독성을 해하는 등 직접 그 효용을 해쳤고 ▲스티커 및 피켓 부착의 형태나 수량이 피고인들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청사를 사용하는 직원 및 민원인들에게 직접적인 불쾌감이나 저항감을 느끼게 할 정도였고 ▲스티커 제거과정에서 청사에서 관리하는 벽면, 집기 등이 훼손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청사 건물의 효용을 해쳤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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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역시 이 같은 1심 판단을 유지했고,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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