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림의 떡이죠"…청년희망적금 형평성 논란에 청년들 '한숨'
'연 최대 금리 10%' 청년희망적금, 형평성 논란
"소득 없는 취업준비생 어떡하나" 비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돈 못 버는 청년들은 아무런 혜택도 못 받는 거 아닌가요? 허탈하죠."
2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인근 학원가에서 만난 유모씨(27)는 "'청년희망적금'이라는 이름부터 모순이다. 나도 청년인데 혜택을 못 받지 않나"라며 "직장 다니는 지인들은 이미 다 신청했는데, 나만 혜택을 못 받는 것 같아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2년째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유 씨는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남들 다 받는 혜택까지 못 받는다고 하니까 내 신세가 처량해보이더라"며 "직장인들은 월급이 매월 나오지 않나. 하지만 저 같은 공시생들은 공부하느라 바빠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음에 이런 정책을 펼 때는 가입 범위를 좀 넓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연 최고 10%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의 가입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소득 수준 등을 이유로 가입하지 못한 청년들과 가입 대상이 아닌 중장년층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입 대상에 국내 거주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노량진역 일대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원·독서실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청년희망적금 가입 기준에 의문을 표하며 "무소득 청년을 차별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안모씨(25)는 "직장인 친구들은 다 가입했는데, 소득이 없는 저는 가입을 못 했다"며 "돈을 못 번 사람은 혜택에서 배제되고, 돈을 번 사람은 혜택받는 정책이 이해되지 않는다. 적금을 들게 하려면 모두 가입시켜줘야지, 이건 불공평하다"고 비판했다.
또 청년희망적금 가입 대상에 국내 거주 외국인이 포함된 것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공부 중인 김모씨(27)는 "소득이 없는 청년을 우선시해야 하는거 아니냐. 안그래도 나랏빚이 많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외국인까지 챙겨주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중·저소득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비과세 혜택과 저축장려금을 지원하는 금융상품이다. 신청 대상은 총급여가 3600만원 이하(직전 연도 기준)인 19∼34세(1987년 2월21일까지 출생자) 청년이다.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2% 수준인 시중은행 적금보다 5배 가깝게 이자가 높고 비과세 혜택을 포함하면 금리 연 9.49% 이상, 최대 연 10.49%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출시 전부터 젊은층의 관심이 높았다.
다만 청년희망적금 가입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 기준이 높거나 취업준비생 등 소득이 없는 청년들은 가입할 수 없어 불공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입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연소득 3600만원에서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월 264만원 정도다. 즉, 270만원만 받아도 청년희망적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임금근로자 평균 임금이 월 273만4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평균 임금을 받는 청년들은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또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외국인도 가입이 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입 자격을 갖춘 외국인 중 국내에서 183일 이상 거주하고 있으며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 청년 근로자들은 청년희망적금을 신청할 수 있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이 지난 21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에서 대면·비대면 방식으로 출시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과 모바일 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상황이 이렇자 가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자국민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외국인한테 돈 다 퍼주는 대한민국 외국인 청년 희망적금'이란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34세 직장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내가 낸 세금으로 외국인 청년한테까지 돈을 퍼줘야 하느냐. 정작 세금을 낸 청년들은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며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외국인 청년까지 돌봤느냐. 그럴 세금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 이상이 돼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한편 청년희망적금의 폭발적인 관심에 정부는 예산증액을 결정했다. 당초 올해 청년희망적금 사업예산은 456억원으로, 가입자들이 모두 월 납입 한도액(50만원)으로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약 38만명을 지원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청년희망적금 '미리보기' 서비스 운영 결과 조회 인원이 5대 시중은행만 약 200만명(중복 포함)에 이르고 가입 신청 첫날인 21일 일부 은행의 앱이 접속장애를 빚을 정도로 신청이 쇄도하자 정부는 예산증액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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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당초 38만 명의 청년을 지원하기 위해 계획된 사업이지만 예상보다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그 계획을 대폭 확대해 청년희망적금 사업 운영 방안을 의결한다"며 "신청 자격을 갖춘 청년이라면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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